[week& 이슈] 교황의 앞날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스토 라트(Sto lat)!" 폴란드어로 '100세를 누리소서'라는 뜻이다.

1979년 당시 공산주의 치하인 모국을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폴란드 군중이 외친 말이다.

올해 84세인 교황의 건강상태가 심상치 않다.

교황은 지난달 1일 독감에 후두경련이 겹쳐 긴급 입원했다가 열흘 만에 퇴원했다.

24일에는 또다시 호흡곤란 증세로 기관 절제 수술까지 받았다.

다행히 카롤 요제프 보이티야(Karol Jozef Wojtyla.교황의 이름)는 수술 뒤 조금씩 건강을 되찾고 있다.

교황청은 "수술합병증도 나타나지 않고 우려했던 폐렴에도 감염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고 안락의자에 앉아 몇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단다.

◆회복 오래 걸릴 듯=교황은 수술 뒤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필담으로 "그들(의사)이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농담을 건넸다. 대학 시절 시와 희곡을 쓰고 연극배우로도 활동했던 교황은 평소에도 즐겼던 특유의 익살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역대 교황 중 최초로 스키와 등산을 즐기며 카누를 탔던 건장했던 그다.

그러나 이런 태연함과 달리 교황의 건강 상태는 결코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고령에 파킨슨병을 비롯, 관절염 등 여러 병마와 싸우고 있다. 세계교회의 폰티펙스(Pontifex.중계자)인 교황이 다시 성 베드로 성당에서 정상적으로 미사를 집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술 때문에 경우에 따라 앞으로 몇 달간 말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의학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뉴욕 마이모니데스 메디컬센터의 바버라 패리스 박사는 "교황이 이번에 회복할 순 있겠지만 기간이 길어질 것이며 매우 쇠약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후임 선출 논란=교황의 정상적 활동이 어렵게 되면서 후임 선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베드로 이후 교황의 종신제 임기가 보장돼 왔기 때문에 아직은 이러한 논의가 이른 감이 있다. 1978년 취임해 27년째 교황직을 수행 중인 요한 바오로 2세도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황의 조기 퇴위론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퇴위 연령을 두어 80세쯤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까지 중도에 사임한 교황은 5명에 불과하다. 15세기 초 그레고리 2세 이후 지금까지는 1명도 없다. 더러는 강제 퇴위를 당하거나 추방당하기도 했다. 21명은 순교자로, 9명은 순교자 후보로 남아 있다. 4명은 망명지나 감옥에서 사망했고 6명은 암살됐다. 또 2명은 반란의 와중에서 입은 상처로, 1명은 지붕이 무너지는 바람에 사망했다.

◆누가 거론되나=차기 교황 후보와 관련해 ▶이탈리아 출신 전통 회귀론▶제3세계권 출신 대망론▶젊고 혁신적인 인사론 등이 제기되고 있다. 폴란드에서 태어난 요한 바오로 2세는 455년 만에 처음으로 비(非)이탈리아 출신으로 교황에 선출됐다. 다시 이탈리아 출신이 교황이 될 경우 안젤로 소다노(77) 교황청 국무장관과 이탈리아 최대 교구인 밀라노의 디오지니 테타만치(70) 대주교, 안젤로 스콜라(63) 베네치아 총대주교 등이 유력한 후보다.

본고장인 유럽에선 가톨릭이 쇠퇴하는 추세다. 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중남미의 교인은 전체의 65%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했다. 이러한 점이 제3세계권 대망론의 근거다. 교황청 종교간 대화평의회 의장을 오래 지내고 현재 교황청 신앙 성성(聖省) 수장인 프란시스 아린제(72) 추기경이 선출되면 사상 최초의 흑인 교황이 된다. 차세대 지도자론은 현 교황이 나이가 많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점에서 나왔다. 교회가 동성애.피임.낙태 등의 문제에 전향적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는 데 진보적 인사들이 동조하고 있으나 가능성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한경환 기자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주요 기록

- 129개국 102회 순방

- 이탈리아 내 143회 목회차 출장

- 바티칸 외부 집무시간 : 2년 8개월

- 476회 시성, 1314회 시복

- 14회 회칙 발간

- 201회 추기경 임명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