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타 굴욕 딛고 ‘OS 맹주’ 확인 … 국내 기업들 업그레이드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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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PC 운영체제(OS)인 ‘윈도7’이 출시 1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400만 카피를 팔아 점유율 95%(PC 출하량 기준)를 차지했다. 세계적으로는 2억 카피를 판매해 점유율 17%를 기록했다. 한국MS는 21일 서울 대치동 본사에서 연 윈도7 출시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회사의 김 제임스 우 사장은 “윈도7이 OS 역사상 가장 빠른 점유율 상승을 기록 중”이라며 “속도·안정성·호환성에 이어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성공적인 실적을 통해 MS는 2007년 1월 출시한 ‘윈도 비스타’의 실패를 딛고 세계 OS 시장의 맹주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다.

 ◆윈도 비스타 실패 ‘설욕’=윈도7 직전 OS버전인 윈도 비스타는 ‘MS 최악의 실패작’으로 꼽힌다. 출시 후 1년 동안 국내 판매 300만 카피, 세계 판매 1억 카피에 머물렀었다. 윈도7에 못 미치는 실적이다. 더 굴욕적인 건 윈도 비스타를 구입한 일부 고객들이 품질에 실망한 나머지 이전 버전인 ‘윈도XP’로 되돌아가는 ‘다운그레이드’를 택한 점이었다.

윈도 비스타의 실패에 따른 MS의 부진으로 이득을 본 회사는 애플이었다. MS가 윈도7을 출시한 지난해 10월 당시 애플의 매킨토시 PC용 OS ‘스노 레퍼드’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9.4%에 달했다. 2007년 초 점유율의 배에 이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윈도7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MS의 안자현 부장은 “윈도7이 세계 시장 점유율 17%에 이르는 동안 스노 레퍼드의 점유율은 2.7% 상승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대기업 잇따라 도입=윈도7은 특히 국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새 PC에 탑재되는 것 외에 개인 또는 기업의 개별 패키지(다운로드 포함) 구매도 5만 개를 넘었다. 국내 PC 사용자의 15%가 윈도7을 사용하는 셈이다.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가 생산하는 모든 데스크톱과 노트북에는 윈도7이 탑재되고 있다.

기업의 단체 구매도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전 사업장 PC의 OS를 윈도7으로 교체했다. 대기업 도입 사례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이미 교체를 완료한 한진해운을 비롯해 KBS와 LG CNS, 대한항공 등이 올해 안에 윈도7을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포스코건설·LG화학·연세의료원·신한은행·이랜드 등도 기존 OS를 윈도7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거나 전면 교체를 추진 중이다.

 ◆윈도7 기반 신서비스 출시=MS는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과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다음 달부터 국내 주요 PC 제조사들과 제휴해 MS의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윈도 라이브 에센셜’을 기본 탑재한 PC를 선보인다. 또 윈도XP 또는 윈도 비스타를 탑재한 여러 대의 PC를 윈도7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패밀리 팩을 22일부터 선착순 1500명에게 17만9000원에 판매한다. 김 제임스 우 사장은 “가트너에 따르면 내년도 PC 시장은 올해에 비해 12%가량 성장할 것”이라며 “보안 강화와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9’ 조기 도입으로 소비자에게 최적의 컴퓨팅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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