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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불거지는 한·일 갈등 양국 합동위원회 구성해 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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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드디어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또다시 한.일 간의 감정싸움이 치닫고 있다. 이 사태가 '드디어'일 수밖에 없는 것은 아무리 '한.일 우정의 해'라는 기치하에 양국 정부가 서로 좋은 관계임을 대내외적으로 확인해 봐야 독도 문제를 포함한 몇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일의 '우정'은 언제까지나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사태는 예고된 것이었고 현재의 사태는 이제까지 좀 더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오지 않았던 양측 정부에 그 일차적 책임이 있다.

정부는 한.일 관계보다 독도의 영유권 수호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독도 수호란 궁극적으로는 한국, 우리의 이익을 지키자는 얘기다. 즉 이 말은 평화보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불화를 감수하겠다는 얘기가 될 터다.

그러나 우선은 양국 모두 어떻게든 평화로운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물론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무조건적인 평화주의로 나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관계건 경우에 따라서는 투쟁 혹은 절교까지도 불사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은 전적으로 상대방에 잘못이 있고 또 대화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 한정돼야 한다.

물론 현재 한국의 여론은 거의 100%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독도가 우리 소유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일본이 남의 영토를 빼앗으려는 '야욕'에서라기보다는 우리가 믿고 있는 만큼 그들도 독도가 그들의 영토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데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그건 시마네(島根)현이 지금처럼 한.일 관계가 평화로운 때 독도에 관한 조례를 만들려 하는 일로 일부러 평화를 깨는 일을 자처하는 데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일본 정부와 국민의 의식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라는 시마네현의 조치는 일차적으로는 어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겠지만(정치가로서의 순수한 행위인지, 다음번 선거 때의 표를 의식한 행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은 한.일 간의 화해무드가 무르익고 있는 올해와 같은 중요한 시점에서 현재의 평화를 깬 데 대한 책임이 물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조치에 대해 즉각적으로 절교를 선언한 경상북도의 조치도 사려깊은 행동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양국 정부가 그러한 행위를 용인했다면 이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주한 일본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그러나 일본대사란 일본을 대표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고 그로서는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도 올라 있는 국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뿐일 터다. '감히 서울 하늘 아래서' 발언했다고 하는 식으로 문제삼는 일은 대사에게서 도발적인 태도를 읽어낸 결과지만 그것은 과잉해석일 뿐만 아니라 위협적이라는 면에서 폭력적인 발언이기도 하다.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우선은 어떻게든 평화적인 상황을 유지하면서 대화로 풀어나가겠다고 하는 양국의 의지다.

한편에서는 한.일 협정 40주년이 축하되고 있지만 협정이 가능했던 건 끝까지 합의를 보지 못한 독도 문제를 회피하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협정은 불완전한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이후 40년 동안이나 한.일은 여전히 독도를 둘러싼 소모적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일 간의 진정한 화해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이제 40년 전 양국 정부가 밀어 두었던 숙제를 해결하는 데 현 정부는 나서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교과서 문제에서 그랬던 것처럼 공동으로 독도문제해결위원회를 결성할 수도 있다. 이때 구성원으로서는 무조건 자국의 이익을 주장하는 일이 앞서는 전문가보다는 보다 객관적 차원에서 사태를 바라보고 분석할 수 있는 이들이 필요하다. 사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국제사법재판소에 가 제3자의 판단을 구하게 되는 것보다는, 자국의 일인 만큼 당사자들이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양국의 식견을 모아 해결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박유하 세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