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유선전화 8시간'먹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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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8일 오전 10시30분부터 8시간 동안 대구.울산.양산.김해 등 영남 지역과 수원.안양.안산.군포.산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 유선전화가 불통돼 전화 가입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KT에 따르면 월말과 공휴일을 앞둔 이날 평소 월요일 시간당 2900만통이던 시외 전화 건수가 이날 오전 4200만통으로 급증하는 바람에 이들 지역의 시외전화와 유선전화로 휴대전화에 거는 통화가 걸리지 않았다. 또 '119' '112'등 '1'번으로 시작되는 긴급 전화와 부가 통신전화, 신용카드 결제 전화 등도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는 만기 수표와 어음에 대한 입금 및 교환 요청을 제때 하지 못해 혼란을 빚었다. 특히 대구 일부 지역에서는 점심 시간 시내전화까지 불통되는 바람에 중국음식점.피자집.도시락 등 배달전문 업체들도 주문을 받지 못해 울상을 지었으며, 병원.역 등에서는 예약전화 등이 뚝 끊기기도 했다.

대구소방본부는 119전화가 불통되자 소방서별로 직원들을 고층 빌딩 옥상이나 산꼭대기에 배치하는 한편 구급차 순찰을 돌도록 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대구지방경찰청도 112가 걸리지 않아 자체 순찰을 강화하도록 일선 경찰서에 통보했다.

관공서와 기업체, 상가 등에도 시외전화나 휴대전화로 민원인이나 거래처, 손님 등과 제대로 연락이 이뤄지지 않는 등 업무나 영업 등에 차질이 있었다. 이날 경기도 안양.군포.수원.안산 등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이들 지역으로 유선전화를 이용해 거는 시외전화와 휴대전화도 걸리지 않았다.

수원시 정자동의 한 음식점 주인은 "점심 시간 손님들의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지지 않아 큰 곤란을 겪었다"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전화마저 불통이 돼 영업을 제대로 못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KT는 계속된 전화 불통에 대해 집중적인 전화 폭주로만 추정할 뿐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사용자들의 전화 사용 자제만을 당부해 소비자들의 거센 비난을 샀다. 안양 지역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전화 불통에 대해 홈페이지 등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한마디의 공지도 안 했다"며 "전화 마케팅을 주로 하는 업체를 운영 중인데 손해가 막심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KT 관계자는 "월말에 폰뱅킹을 통한 자금 결제와 공휴일을 앞둔 월요일(28일)이란 특성 등으로 인해 이날 시외 전화가 폭주한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황선윤 기자,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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