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대북 비료지원 한국이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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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순(中)외교통상부 차관보와 크리스토퍼 힐(右) 주한 미국 대사, 사사에 겐이치로(左)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북핵 관련 3자 고위급 협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미.일 3국은 26일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열고 "북한은 지체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는 회담 후 공식 브리핑에서 "북한이 조기에 회담에 복귀할 경우 북한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에 대해 회담장 안에서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담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1일 왕자루이(王家瑞)중국 특사를 만나 '조건부 회담 참가'용의를 밝힌 뒤 열린 첫 3개국 고위급 협의다. 하지만 상황을 진전시킬 만한 묘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얽히고설킨 북핵 실타래가 쉽사리 풀리지는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회담의 성과와 한계=4시간 동안의 회담에서 3국 대표들은 왕 특사의 방북 결과를 집중 분석한 뒤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선(先) 회담 복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데 3국의 의견이 일치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북 비료지원 문제를 한국 측의 결정에 맡기기로 미.일이 양해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대북 공조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던 사안이 별다른 갈등 없이 조율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 과정에서 남북 당국 간 공식 협의가 없이는 비료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문제는 북한을 회담장으로 이끌어낼 유인책이 마땅찮다는 점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성숙된 조건'을 강조했음에도 현 시점에서는 딱히 내놓을 카드가 없다는 게 3국의 고민이다. 이날 수석대표들도 "복귀에 조건이란 있을 수 없다" "일단 회담장에 나와서 얘기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북한의 복귀를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다. 송 차관보가 이날 "정해진 복귀 시한은 없지만 회담이 무기한 지연될 수는 없다"며 압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단 정부는 3월 말까지는 관련국 간의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이날 협의 결과를 중국을 통해 북한에 전달하고▶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다음달 중순 일본을 직접 방문하며▶조속한 시일 안에 제2차 한.미.일 3자 협의회를 여는 방안 등이 예정돼 있다.

박신홍 기자

*** 빅터 차 첫 참석 눈길

이날 회담은 3국 수석대표들이 북핵 무대에 첫선을 보이는 자리였다. 송 차관보를 비롯,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와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일본 외무성 아주국장 등은 모두 올들어 지금의 자리에 앉았다.

송 차관보와 힐 대사는 2년반 동안 폴란드 대사를 함께 지내면서 우정을 쌓은 사이다. 힐 대사가 지난해 한국 대사를 자원한 데는 송 차관보의 영향도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미측 대표단에는 빅터 차(사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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