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환 딜러제 시범 도입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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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국이 외환시장 자율화를 촉진하기 위한 외환 딜러제를 시험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신화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24일 발표한 '화폐정책 보고서'에서 "외환시장 건설을 서두르고 은행 간 외환시장 거래상품을 확대키로 했다"면서 "미 달러화 딜러제를 시범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외환 딜러는 일반적으로 실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상업은행들이 될 것이며, 전문가들로부터 환율 시세 전망과 매매에 관해 조언을 듣게 된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외환 거래를 담당할 상업은행들은 앞으로 환율 위험부담을 안고 거래하게 되며 이를 통해 외환을 사들이거나 내다 팔아 가격을 조절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은 그러나 언제 어떤 방식으로 외환 딜러제를 실행할지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보고서는 이와 함께 "인민폐 환율 시스템 개혁을 적극적이면서도 안전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인민폐 환율을 합리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외환시장 질서를 정비하고 규범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인민은행이 지난해 화폐정책을 설명하고 올해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정례 보고서로서 그 내용은 중국 금융.통화 정책의 토대가 되고 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뉴스분석] 위안화 변동환율제 위한 기반 구축

중국의 외환 딜러제 도입은 완전 변동환율제 실시에 대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현재 상하이(上海) 외환교역센터에서는 형식적인 외환거래만 이뤄지고 있다. 이를 시장 친화적인 외환거래 시장으로 서서히 바꾸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딜러제 도입이 당장 완전 변동환율제를 실시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보긴 힘들지만, 언제든지 변동환율제 실시가 가능하도록 외환시장의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환율의 하루 변동폭을 상하 0.3% 이내로 제한해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실시해온 중국은 그동안 국제사회로부터 변동환율제를 통해 실제보다 낮게 평가된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상하라는 거센 압력을 받아왔다.

위안화 평가절상을 최대한 미루고 싶어하는 중국으로선 시장 거래 경험을 쌓고 시간도 벌 수 있다는 계산에서 일단 외환 딜러제 도입의사를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베이징(北京)의 한 은행 관계자는 "변동환율제에 대한 대비임은 분명하다"면서도 "미국 등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제스처일 수도 있어 실시 시기를 가늠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용수 한국은행 아주경제팀장은 "딜러 제도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외환을 팔거나 사들이는 역할을 하는 '마켓 메이커'방식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통해 넘치는 보유 달러의 해외투자를 촉진하려는 효과도 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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