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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건물 화재 특단 대책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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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 10월 1일 발생한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를 보면서 소방지휘관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낮에 건물 4층에서 발생한 화재가 38층 꼭대기까지 속수무책으로 번져가는 모습에서 40년 전 226명의 사상자를 낸 대연각호텔 화재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인명피해 없이 수습됐지만 현재 전국에는 11층 이상 건물 8만3725개소가 있고, 50층 이상도 125개소나 된다. 또 제2 롯데월드를 비롯해 초고층 건물이 줄지어 들어설 계획이라 이번 화재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본다.

 우선 초고층 건물의 범위를 규정한 제도의 개선이다. 초고층 건물은 소방력의 한계를 전제로 피난과 안전 시설을 보강토록 한 특별관리 대상물이다. 현행 건축법은 50층 이상이거나 높이 200m 이상인 건축물로 정의했고, 입법화 중인 초고층특별법도 동일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와 특별법으론 전국 15~49층 건물 5216개소의 화재 취약성은 그대로 방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초고층의 범위를 30층 이상이거나 높이 100m 이상으로 확대토록 개선해 소방공백을 줄여야 한다.

 둘째, 초고층 건물에 대한 안전기준 적용 문제다. 이번 화재도 연결송수관과 스프링클러배관이 분리됐다면 소방작전은 한층 용이했고 피해도 줄였을 것이다. 초고층 건물의 경우 공법·용도·화재하중이 일반건물과 판이하게 달라 설계단계부터 안전성을 검토해 개별특성에 맞는 안전설비를 갖추게 해야 한다. 2005년 소방시설공사업법을 개정해 ‘성능위주 설계’를 인정했지만 세부규정 미비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조속히 보완돼야 할 부분이다.

 셋째, 초고층 건물에 대한 소방의 현장 대응력이다. 소방의 3요소는 인력·장비·수리(물)지만 현재 초고층에는 소방장비도 수리도 도달하기 어렵다. 해당 건물 전수점검을 통해 건물현황을 관리하고 대응매뉴얼 정비와 합동훈련을 통해 현장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초고층용 화재진압장비 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112m 고가사다리차도 개발하고 고층 화재진압용 헬기도 실전 배치해야 할 것이다.

 넷째, 소방분야의 열악한 재정 문제다. 2009년도 전국 소방예산에서 국고부담률은 1.2%에 불과했다. 2008년 12월에 발의된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조속히 시행해 소방장비·시설·청사에도 기준액의 40~50% 이상 국비를 지원함으로써 소방재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가연성 외장재 문제, 특별법 조기 제정, 임의 용도변경 근절, 자체 방화관리전문가 육성 등도 이번 화재에서 얻은 값진 교훈들이며 이들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화재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초고층 건물 화재참사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안전은 소방관이나 소방시설이 저절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일구어내는 것임을 되새겨야 한다.

김국래 대구소방안전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