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에게 레슨하는 프로 보험사 직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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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보험 세일즈에도 프로가 나선다. AIA생명 방카슈랑스 본부에서 VIP 마케팅 업무를 하는 전주희(28·사진) 프로다.

주니어 시절인 1999년 세종대 총장배 골프대회에서 우승했던 전씨는 2003년 KLPGA 정회원 자격을 취득했다. 골프를 했으면 투어에서 뛰어야 한다는 생각에 2부 투어에서 잠깐 활약했지만 지금은 교수를 목표로 건국대에서 골프산업 경영 석사과정을 밟는 학구파다. 전씨는 “비즈니스와 골프를 연결시켜 VIP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전공에 도움이 될 것 같아 AIA생명에 입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 골퍼를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 본격적으로 골프 마케팅을 한 건 AIA생명이 처음이다. 이를 지휘한 AIA생명 방카슈랑스 총괄 김명수(45) 상무는 국내 금융권 골프 마케팅의 선구자다. 1997년 씨티은행 재직 시절부터 한국 대회에 참가한 그레그 노먼 등을 활용해 VIP 마케팅을 해 큰 성과를 남겼다.

김 상무는 “금융기관이 고객의 기쁨과 놀거리 등 인생 전반에 대해 지원하는 라이프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씨가 직접 보험상품을 파는 건 아니다. AIA생명의 방카슈랑스 제휴 은행의 VIP 고객들을 위해 레슨을 한다. 전씨는 대학에서 골프 지도학을 전공했고, 투어 경력도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은 편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한편 다른 운동의 원리와 비교해 알기 쉽게 레슨을 하기 때문이다. 필드 레슨을 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회사 방침은 10억원 이상의 계약이 성사됐을 때만 가능하다. 전주희씨는 그래서 매우 비싼 프로다.

전씨의 레슨 효과는 고객뿐 아니라 회사에도 크다. AIA생명은 “레슨을 진행한 90개 은행 점포를 조사해 보니 지난해에 비해 판매 실적이 약 3.6배 높아졌다”고 했다.

골프와 비즈니스 사이에 공통점도 많다는 것이 전씨의 생각이다.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든지, 한 번에 한 샷만 집중해야 한다든지, 결과를 미리 예측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골프로 건강을, 자산관리로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진정한 의미의 라이프 솔루션 강사가 되는 것이 전씨의 꿈이다.

글=성호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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