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한다고 성적 다 오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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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한샘아카데미는 남학생을 위한 기숙학원이다. 이 학원 문과1반 37명의 지난해 3월 중앙모의고사 성적은 평균 375.1점이었다. 수능시험을 앞둔 지난해 11월 대성학원 모의고사 성적은 평균 439.7점이었다. 8개월 만에 64.6점이 올랐다. 이 학급은 이 학원 문과반 중 가장 성적이 우수하다. 이들 중 27명이 세명대 한의대, 연세대 인문학부, 고려대 언론학부.경영학부, 서강대 경제학과 등에 합격했다. 3명은 예비 합격했다.

▶ 18년 역사의 기숙학원 포천한샘아카데미는 교사 뒤에 우거진 숲은 두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이 숲속에서 야외수업 하는 모습

재수를 한다고 해서 성적이 다 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전 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도 성공으로 친다. 재수란 고교 시절과는 달리 갖가지 사회 유혹에 노출된 채 심리적 부담을 안고 공부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학급 학생들의 성적이 8개월 새 평균으로 무려 60점 이상 올랐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것이다.

김 모 군은 지난해 수능에서 338점을 받고 이 학원에서 재수했다. 이번 수능에서 원점수 486점, 표준점수 661점을 받아 서울대에 합격했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오히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강 모 군은 지난해 수능 187점을 받아 전문대도 못갈 형편이어서 이 학원에서 공부했다. 이번 수능에서 표준점수로 597점을 받고 명지대 무역학과에 합격했다.

박 모 군은 수능 시험에서 260점을 받고 지난해 이 학원에서 공부했다. 이번 시험에서 440점, 표준점수 618점을 받아 동국대에 합격했다.

학원을 오고가며 길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이곳에서 숙식하며 공부하는 기숙학원의 특성 덕분이다.

이 학원은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 광릉수목원 뒤 죽엽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부지가 3만평이나 된다. 2층짜리 학습동과 기숙동을 두고 있다. 학생들은 침대생활을 한다. 3000평이 되는 운동장을 갖추고 있다. 축구. 농구장과 족구 시설이 있어 학생들은 틈틈이 운동하며 공부한다.

서울 시내 종합학원보다 훨씬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생활하며 공부하는 것이다.

가장 오래된 기숙학원이어서 배출학생도 많다. 이 학원은 18년 전 서한샘 박사가 설립했다. 지금까지 이 학원에서 공부하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7000명을 넘어섰다. 교육부의 후원 하에 한 종합일간지가 주최한 경쟁력 평가에서 포천한샘은 지난해까지 연속 2년 기숙학원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 학원은 스파르타식 운영을 배제한다. 캠퍼스는 넓지만 울타리도 없다. 학생들은 언제든지 퇴소할 수 있다. 여름에는 캠퍼스 내 숲 속에서 야외수업도 한다.

"우리 학원의 자랑은 무엇보다 우수한 강사진에 있다. 좋은 강사를 모셔오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다." 박영수 원장의 말이다. 그는 EBS TV 수학과목 '스타' 강사를 지냈다. 영어과목 이성주 선생은 영문학 박사다. 역시 EBS 1세대 영어 강사를 지냈다. 국어 과목 이상철 선생은 서울 대원외고에서 오래 지내 강의는 물론이거니와 진학지도도 전문가다.

올해 서울대에 합격한 김군은 "남학생만 숙식하면서 공부하기 때문에 이성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공부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 외로운 10개월이었지만 친구도 사귀고 위로하며 지낼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학원은 학과 교사 외에 생활지도를 하는 담임교사가 있다. 방과 후 학원에서 생활을 같이하며 학생들의 질문에도 답해준다.

박 원장은 "18년 역사로 잘 알려져서인지 다른 학원과는 달리 올해는 크게 광고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인터넷(www.ehansaem.com)으로 등록하는 학생이 3분의 1이 넘는다"고 말했다. 포천한샘학원은 대학 추가등록으로 생긴 결원을 메우기 위해 학생을 추가 모집하고 있다. 031-542-3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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