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감북동. 파랑색·주황색 슬레이트 지붕의 창고식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대부분 200∼300㎡ 규모로 축사를 불법 용도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과 문원동 일대 그린벨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불법으로 신축된 주택과 음식점, 물류창고 수십 채가 들어서 있다. 이곳 주택과 음식점들은 보통 100∼200㎡ 부지에 단층 건물로 지어졌다. 물류창고는 기존에 축사나 콩나물 재배시설 등 농가시설을 용도 변경한 것이다.
13일 경기도 하남시 감북동·춘궁동 일대에 축사를 불법 전용한 창고와 비닐하우스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2002년 하남시가 축사내 가축 사육을 금지한 뒤 용도를 변경해 창고로 임대하는 불법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하남시 제공]
경기도내 그린벨트가 무너지고 있다. 무허가 건축물이 주범이다.
경기도가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에게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경기도 그린벨트 불법행위 현황’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도내 그린벨트 불법행위 적발건수는 530건이다. 전국 적발건수 920건의 58%를 차지하고 있다(표 참조). 적발되지 않은 행위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1000건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도내 그린벨트는 21개 시·군에 걸쳐 1198㎢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8.5㎢)의 약 140배다.
그린벨트 내 불법행위가 많이 발생하는 곳은 하남·시흥·과천 등 3개 도시가 꼽힌다. 주로 음식점이나 점포, 창고 등이 들어서 있다. 서울과 가까워 그린벨트 해제 시 엄청난 땅값 상승이 기대되고 임대수입도 짭짤하기 때문이다.
하남시의 경우 2002년부터 그린벨트 내 축사를 개조한 창고 불법 임대업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시가 환경오염 문제를 내세워 축사 신축 허가를 중단하고 그린벨트 안 축사의 가축사육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하남의 그린벨트 내 불법 창고 소유자들은 연간 평균 1400만원 정도의 이행 강제금을 낸다. 그러나 불법 창고는 사라지지 않는다. 해당 지자체가 민원인들의 반발로 강제 철거가 쉽지 않은 데다 소유자들이 벌금이나 이행 강제금 납부보다 창고 임대 등 불법행위로 인한 수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수원의 주산인 광교산 자락의 그린벨트 내 음식점도 수십 년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시가 매년 단속해 고발 조치하고 있지만 연례행사일 뿐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음식점을 하는 곳은 대부분 수십 년 동안 살아온 토착민들”이라며 “한 달만 영업하면 1년치 벌금을 뽑고도 남는데 누가 그만두겠느냐”고 말했다.
경기도와 일선 시·군은 수시로 현지 조사 후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단속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정용배 도시주택실장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위법시설은 최대한 빠른 시기에 원상 복구시키고 생계형 위반 시설은 겨울철을 피해 원상 복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그린벨트 해제 논란=정부는 지난해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위해 50.8㎢에 해당하는 경기도내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또 경기도는 산업단지와 물류단지 등 지역 현안사업을 위해 4.1㎢의 그린벨트를 풀었다. 지자체가 산업단지 조성 등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해제 면적의 10%에 해당하는 면적만큼 (지자체 내)다른 지역의 훼손된 그린벨트를 복구하는 계획(훼손지 복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지역 현안사업을 추진하면서 이같이 복구 대상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영진·유길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