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건축벨트, 경기도 그린벨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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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3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감북동. 파랑색·주황색 슬레이트 지붕의 창고식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대부분 200∼300㎡ 규모로 축사를 불법 용도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과 문원동 일대 그린벨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불법으로 신축된 주택과 음식점, 물류창고 수십 채가 들어서 있다. 이곳 주택과 음식점들은 보통 100∼200㎡ 부지에 단층 건물로 지어졌다. 물류창고는 기존에 축사나 콩나물 재배시설 등 농가시설을 용도 변경한 것이다.

13일 경기도 하남시 감북동·춘궁동 일대에 축사를 불법 전용한 창고와 비닐하우스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2002년 하남시가 축사내 가축 사육을 금지한 뒤 용도를 변경해 창고로 임대하는 불법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하남시 제공]

수원 광교저수지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1㎞에 걸쳐 주택을 개조한 음식점 30여 곳이 성업 중이다. 등산객들 사이에 보리밥·묵밥이 맛있기로 유명하지만 대부분 불법 영업점이다. 그린벨트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내 그린벨트가 무너지고 있다. 무허가 건축물이 주범이다.

경기도가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에게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경기도 그린벨트 불법행위 현황’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도내 그린벨트 불법행위 적발건수는 530건이다. 전국 적발건수 920건의 58%를 차지하고 있다(표 참조). 적발되지 않은 행위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1000건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도내 그린벨트는 21개 시·군에 걸쳐 1198㎢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8.5㎢)의 약 140배다.


그린벨트 내 불법행위가 많이 발생하는 곳은 하남·시흥·과천 등 3개 도시가 꼽힌다. 주로 음식점이나 점포, 창고 등이 들어서 있다. 서울과 가까워 그린벨트 해제 시 엄청난 땅값 상승이 기대되고 임대수입도 짭짤하기 때문이다.

하남시의 경우 2002년부터 그린벨트 내 축사를 개조한 창고 불법 임대업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시가 환경오염 문제를 내세워 축사 신축 허가를 중단하고 그린벨트 안 축사의 가축사육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하남의 그린벨트 내 불법 창고 소유자들은 연간 평균 1400만원 정도의 이행 강제금을 낸다. 그러나 불법 창고는 사라지지 않는다. 해당 지자체가 민원인들의 반발로 강제 철거가 쉽지 않은 데다 소유자들이 벌금이나 이행 강제금 납부보다 창고 임대 등 불법행위로 인한 수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수원의 주산인 광교산 자락의 그린벨트 내 음식점도 수십 년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시가 매년 단속해 고발 조치하고 있지만 연례행사일 뿐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음식점을 하는 곳은 대부분 수십 년 동안 살아온 토착민들”이라며 “한 달만 영업하면 1년치 벌금을 뽑고도 남는데 누가 그만두겠느냐”고 말했다.

경기도와 일선 시·군은 수시로 현지 조사 후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단속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정용배 도시주택실장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위법시설은 최대한 빠른 시기에 원상 복구시키고 생계형 위반 시설은 겨울철을 피해 원상 복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그린벨트 해제 논란=정부는 지난해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위해 50.8㎢에 해당하는 경기도내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또 경기도는 산업단지와 물류단지 등 지역 현안사업을 위해 4.1㎢의 그린벨트를 풀었다. 지자체가 산업단지 조성 등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해제 면적의 10%에 해당하는 면적만큼 (지자체 내)다른 지역의 훼손된 그린벨트를 복구하는 계획(훼손지 복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지역 현안사업을 추진하면서 이같이 복구 대상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영진·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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