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첫 황새박사 정석환씨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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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는 곧 생명이고 환경이다.'

▶ 황새박사 정석환씨

국내 최초, 아니 전세계에서 유일한 황새박사 정석환씨(34)씨의 지론이다. 그가 황새에 일생을 걸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충북 청주 한국교원대에는 '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가 있다. 대학에 그 많은 연구소가 있지만 특정 새를 꼬집어 연구센터가 있는건 참 드물다. 정씨는 이 센터의 지킴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27마리의 황새들과 지낸다. 벌써 7년째로 접어든다.

황새에 미친덕에 그는 22일 대학졸업식장에서 '황새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제목은 '황새의 복원및 보전을 위한 사육증식기술 개발과 행동생태 연구'다. 국내에서 멸종상태나 다름없는 황새가 다시 보금자리를 틀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 분야 박사는 없다. 황새가 서식하는 일본과 러시아 중국, 대만에 약간의 황새 연구자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정씨처럼 전문성은 없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평가다.

◇황새와의 인연은=교원대 생물교육학과 3학년 재학때다. 담당 교수가 국내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황새를 복원하기 위해 황새연구를 하면서 그에게 잔심부름을 시켰다. 그래서 처음엔 아무런 관심 없이 교수님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일을 했다.

'참 아름다운 새'라는 생각외에 황새에 대해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때문에 졸업을 하고 예정대로 인천 모 중학교 과학교사로 부임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좀 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1998년 휴직을 하고 교원대 생물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당시 그는 양서류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자꾸 황새에 관심이 갔다.

오염으로 인해 양서류 서식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태를 조사하던중 의외로 황새만큼 환경파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다. 우리 환경보존 척도는 곧 황새연구로 정확히 짚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됐다.

1999년에 교정에 황새 사육장이 들어섰는데 이 때부터 그는 황새에 일생을 걸기로 결심했다.

"단순히 황새라는 새 하나만을 생각했다면 저 인생을 걸지는 않았을 겁니다. 여기에 우리의 환경과 생명이 있기에 교직생활을 과감히 접을 수 있었습니다."

◇뭘 거두었나=그가 황새에 미친 결과 일궈낸 연구성과가 적지않다. 외형으로 암수가 구분되지 않는 황새를 사진으로 구분하는 방법을 개발해냈고 황새가 새끼때 먹은 경험이 없는 것은 절대 먹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숫놈과 암놈을 교배시켜 4마리의 국산 황새생산에 성공한 것도 그의 땀 덕분이다. 황새가 원앙못지 않는 부부애가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황새는 한번 짝짓기를 하면 배우자가 죽기 전까진 바람을 절대 피우지 않습니다. 월동을 위해 수천키로를 날아갈때도 항상 붙어다닙니다.인간이 본받아야 할 도덕적 가치죠. 또 숫놈보다 암놈 발언권이 세다는 것도 특이하지요. "

실제로 황새는 둥지를 틀때 숫놈이 재료를 물어오는데 재료가 맘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버리고 숫놈은 두말없이 다른 재료를 물어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한가지, 황새의 철저한 독립심도 인간이 배울만 하다. 황새는 보통 4개월 정도면 자유롭게 날 수 있는데 이 때가 되면 미련없이 둥지를 떠나 30여년간 독립생활을 한다. 부모도 새끼도 서로에게 미련이란 없다고 한다. 물론 어미가 새끼에게 독립생활을 강요(?)하는 또 다른 이유로 새끼들간 근친교배를 막기 위한 원려라는 주장도 있다. 한번에 두세마리 새끼가 태어나는 데 이들이 근친교배를 할 경우 열성인자가 지배해 생명력이 약해진다고 정씨는 설명했다.

큰새라는 뜻을 가진 황새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으며 현재 세계적으로 2500여마리만이 발견되고 있다. 때문에 황새보호를 위해 국제사회는 밀거래를 엄하게 금하고 있으며 기증형태의 거래만 가능하다. 현재 교원대 연구센터에 있는 황새도 모두 일본과 러시아에서 기증받았다.

◇향후 계획은=연구해야 할 게 산적해 있다. 우선 황새들의 군집생활 행태를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 멸종위기에 처한 황새가 국내에 서식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지난 1971년 텃새황새가 죽은 후 35년여 동안 소식이 없다. 텃새황새란 서식지에서 알을 낳고 부화시키는 황새를 말한다. 국내 환경오염이 심해 황새가 살기에 맞지 않다는 뜻이다.

때문에 황새를 단순히 새의 한종류로 보지 않고 환경보호의 상징으로 봤으면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해 5~8월 서울인사동에 나가 황새보호가 환경보호라는 캠패인을 벌였고 올해도 이같은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또 충북 청원군에 황새마을 조성해 국내 텃새황새가 다시 복원시킬 생각이다. 또 올해부터 청주시내 한 중학교과 자매결연을 맺고 학생들이 센터에서 황새를 견학하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도록 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센터내에 있는 황새를 50마리까지 늘린후 이를 방사해 2012년에 한국 텃새황새 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다. 학교 사정상 연구비가 충분치 못해 문화재청과 청원군청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때문에 해외를 드나들며 포괄적으로 하는 연구는 아직 엄두를 못내고 있다. 또 수입도 그리 많지 않아 교사인 부인의 신세를 많이 지고 있는 것도 마음의 부담이다. 가끔은 부인이 왜 그렇게 돈되지 않는 일에 매진하냐고 핀잔을 줄때가 있다. 그 때마다 그는 "환경보호를 위해 황새연구가 필요하고 누군가가 꼭 그 일을 해야한다면 내가 그 역할을 하고 싶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환경과 생명은 곧 국가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청주=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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