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 환율· 유가 등 복병 돌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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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증시가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 고지를 눈앞에 두고 큰 복병을 만났다. 주가가 너무 급하게 올라 차익매물이 늘어난 가운데 환율과 유가 등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22일 종합주가지수는 이런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7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 970대로 밀렸다. 코스닥지수 역시 500포인트 고지를 빼앗겼다.

여전히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일시 조정을 거치는 것이며 지수 1000을 결국 돌파할 것"으로 낙관한 분위기다. 과거 세차례 지수 1000돌파 직전에도 예외없이 진통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환율 급락.유가 급등 현상이 지속될 경우 지수 '1000고지'에 올라선다 해도 안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돌출한 복병들=지난 21일까지 최근 열흘간 거래소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단 하루만 빼고 올라 투자심리도가 90%에 달할 정도로 과열됐었다. 때문에 지수 1000을 앞두고 주초들어 조정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는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22일 7년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원달러 환율, 다시 치솟는 유가, 실망스런 실업률 통계 수치 등 여러 복병들이 한꺼번에 쏟아지자 시장은 바짝 몸을 낮췄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요 수출기업들의 실적과 직결되는 환율 급락세가 예상보다 너무 가파라 앞으로 적지 않은 부담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하루에만 원.달러 환율이 무려 17원가량 떨어진데다 일본 엔화 등 다른 나라보다 절상 속도가 빠른 점 등이 불길한 조짐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차.삼성SDI.LG전자 등 삼성전자를 제외한 주요 수출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급속한 원화절상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크게 뒷걸음질한 바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지난해말부터 진행된 원화 절상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그동안 버틸만했던 국내기업들의 대외 경쟁력이 본격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급등세로 돌아선 유가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21일 런던시장에서 브렌트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2분기 감산 우려와 미국의 한파 여파로 최근 3주만에 최고치인 46.73 달러까지 치솟았다. 동부증권은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상을 계속 유지하면 세계 경제 의 회복이 지연돼 수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투자가 매물도 부담=이달 들어 급증세를 보이는 프로그램 매물과 수그러들지 않는 기관투자가들의 매도세도 걸림돌이다. 프로그램 매물은 이달 들어서만 지난 22일까지 무려 1조4000억원어치가 쏟아졌다. 연기금과 투신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매도 공세 역시 만만치않다. 이달들어서만 기관의 순매도 물량이 1조원을 넘었다.

홍기석 삼성증권 조사팀장은 "지난해 7월이후 주식을 대량 매집해왔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가가 단기 급등하자 차익실현 매물을 대거 내놓고 있다"며 "이를 소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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