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미술학원 '산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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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미술학원과 전원미술학원. 서울 강남에서 유명한 디자인 전문 학원이다. 미술대학에 갈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림그리기를 가르친다. 미대 지망생 치고 이들 학원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듣는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종합.단과반에 가듯 미대에 가기 위해서는 이들 학원에 다녀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사 미술계의 대성.종로학원이라고나 할까. 고도는 설립된 지 21년이나 됐다. 전원은 12년 전통을 지녔다. 이들 학원은 주요 미술대에 지금까지 수백 명을 보냈다.

포천한샘학원은 일반 재수생을 위한 기숙학원이다.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생긴 기숙학원이다. 18년 역사를 자랑한다. 서한샘 박사가 설립했다. 이들 세 학원이 힘을 합쳐 재수생을 위한 예체능 전문 기숙학원을 차렸다. 한빛학원이다. 경기도 가평군 상면 현덕리 산림이 우거진 녹수계곡에 자리했다.

미대.음대.체대에 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아직은 미대 지망생이 주요 대상이다. 학생들은 여기서 먹고 자면서 공부한다. 아침 6시30분 일어나 운동하고 8시부터 오전에는 학과공부를 한다. 오후.저녁 시간에는 실기 공부를 한다.

"잠자기 전까지 오후 내내 그림 그리기에 정진하면 실력이 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실력 있는 강사가 곁에서 가르쳐 준다면 금상첨화죠." 이성주 원장의 말이다.

학과 수업은 포천한샘학원 강사진이 한다. 실기수업은 고도.전원미술학원 강사진이 한다.

"예술고 학생이 아니면 미대 가기가 어렵다고 대부분 학생들은 생각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예고 출신은 디자인 계열 입학생의 5%도 되지 않는다. 95% 정도가 일반 고교 출신이다." 고도미술학원 이은우 원장의 말이다. 일반고생들도 미술에 소질이 있으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하다는 얘기다.

여러 가지 장학제도도 두고 있다. 장학생에게는 입학 등록금의 90.50.15%를 감면해 준다. 매월 전국모의고사에서 일정이상 성적을 내면 등록금의 90.50%를 감면해 준다.

이 학원은 부지가 2만여 평이나 된다. 5층 본관 건물과 실습실 4개동이 있다. 34개의 침실과 5개의 강의실을 두었다. 각 반 30명 정원이며 서울대.엘리트.일반대반 등을 둔다.

한빛학원을 운영하는 포천한샘학원은 남학생 기숙학원이다.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 광릉수목원 뒤 죽엽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부지가 3만평이나 된다. 2층짜리 학습동과 기숙동을 두고 있다. 학생들은 침대생활을 한다. 3000평이 되는 운동장을 갖추고 있다. 축구.농구장이 있어 학생들은 틈틈이 운동하며 건강도 돌볼 수 있어 좋다. 오래된 기숙학원이어서 배출학생도 많다. 이 학원에서 공부하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7000명을 넘어섰다.

박영수 원장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1년 새 수능기준 50~100점은 성적을 더 올린다. 지난해 최상급반은 모의고사에서 10개월만에 평균 65점이 올랐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재수를 한다고 해서 다 이같이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EBS 수학과의 대표강사를 지냈다.

국제고를 지난해 졸업한 김다연군은 수능에서 338점을 받아 한양대에 낙방했다. 이번 수능에서는 표준점수 기준 661점을 받아 서울대 인문과 고려대 경영학과 합격이 무난하다. 그는 "여자에 대한 관심 등 일체 외부와 접촉을 단절한 덕분이다. 외로운 재수 기간, 남자들끼리 동고동락하며 우정도 쌓았다"고 말했다.

2003년 대구 K고를 졸업한 박모군은 졸업 때 수능 198점을 받아 담임으로부터 "전문대도 못 간다"는 꾸중을 들었다. 이 학원에서 재수했으나 명지대에 낙방했다. 이 학원을 1년 더 다녀 이번에 표준점수 618점을 받아 동국대 합격이 확실시 된다. 교육부의 후원 하에 한 종합일간지가 주최한 경쟁력 평가에서 포천한샘은 지난해까지 연속 2년 기숙학원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포천한샘학원은 여학생 전문 기숙학원도 운영 중이다. 청평 한샘아카데미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청평호반이 내려다보이는 절경의 자리에 들어서 있다. 3개 기숙학원이 계열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조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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