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C플레이트… 국산 보호 VS 경쟁 촉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반도체 장비의 주요 소재 중 하나인 PVC플레이트에 물린 고율의 덤핑방지 관세를 놓고 PVC플레이트의 생산과 수요업체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DMS.한국DNS.케이씨텍 등 PVC플레이트를 사용해 반도체 등의 장비를 만드는 업체들은 "관세율이 너무 높아 생산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소재산업을 살리려다 장비산업이 망할 판"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플레이트의 국내 유일 생산업체인 크라운 측은 "수년간 고생해 소재를 개발했더니 일본산이 덤핑으로 들어오고 있다"면서 "우리가 망하면 국내 소재산업이 설 자리가 없게 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무역위원회는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수입 PVC플레이트 제품에 덤핑방지 관세(35~40%)를 물렸다. 이 관세율은 22일 열리는 무역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크라운은 덤핑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난해 4월 무역위에 제소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PVC플레이트의 지난해 시장규모는 77억5000만원에 불과하지만 반도체와 LCD의 제조설비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될 소재다. 플레이트의 품질이 나쁘면 장비의 질이 떨어지고, 이는 반도체 생산에도 영향을 준다. 크라운의 신현중 상무는 "일본의 덤핑 공세를 방치할 경우 우리는 고사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일하이테크 김석규 상무는 "일본의 생산방식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에 가격이 더 싸다"고 반박했다. 크라운이 피해를 보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본산 공세에도 불구하고 크라운의 매출액과 생산량은 수년째 꾸준히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장비 제조업체들은 크라운이 생산하지 않는 품목은 덤핑 판정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주장한다. 무역위는 지난해 크라운이 생산하지 않는 3m짜리 플레이트와 불에 거의 타지 않는 플레이트(FM 인증을 받은 PVC플레이트)도 덤핑관세 대상에 포함했다. 크라운 측은 "3m짜리를 들여와 국내에서 생산하는 2.4m용으로 잘라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장비 생산업체들은 "용접해 붙여 쓰면 폭발할 위험이 있어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꺼리고 있다"고 맞섰다. 3m짜리 대형 플레이트는 7세대 LCD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소재다.

◆덤핑방지 관세의 향방=무역위가 잠정 덤핑방지 관세에 대해 22일 최종 심판하고 결정 내용은 곧바로 재정경제부에 통보된다. 관세율을 매기는 것은 재경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3m플레이트의 경우 무역위는 덤핑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건의했지만 재경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연구원 황인학 연구조정실장은 "수입 억제를 통한 국내산업 보호냐, 아니면 시장개방을 통한 경쟁강화냐가 이 관세 싸움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김영욱 전문기자

*** PVC플레이트
PVC 플레이트는 반도체.LCD.PDP를 생산하는 제조 설비의 골격 및 외형의 주재료로 해서 사용되는 소재다. PVC 수지를 원료로 만들어지며, 두께 3~70mm짜리의 사각형 판자형태다. 특히 반도체와 LCD 등의 대형화.고품질화가 진행되면서 PVC 플레이트의 생산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