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LG 주식 대량 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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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국계 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LG그룹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소버린은 18일 자회사인 트라이덴트시큐리티스를 통해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 주식을 942만주(지분율 5.46%), LG전자 주식을 796만주(5.7%)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총 취득자금은 약 1조원이다. 소버린은 또 시장 상황에 따라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소버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유지해 온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과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소버린 측이 투자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위라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구본무 LG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LG의 지분 51.5%를 갖고 있다. 또 ㈜LG가 LG전자의 지분 36.1%를 갖고 있다. 따라서 소버린의 지분 매입이 LG그룹의 경영권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증권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소버린 측은 이미 체결된 계약에 따라 18~22일 ㈜LG 193만2730주와 LG전자 133만8220주를 추가 취득할 예정이며,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지분을 더 취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소버린 측은 "경영진과의 완전하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모든 주주의 책임이라고 믿고 있으며,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러한 권리를 행사하고 필요한 경우 경영진에게 권고나 요구를 할 계획이 있다"며 "이런 의미에서 주식 보유 목적은 회사의 지배권 취득 또는 지배권에 대한 영향력 행사"라고 공시했다.

이와 관련, 소버린 관계자는 "지분구조상 인수합병(M&A)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필요한 사안을 대화를 통해 제시해 경영에 참여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로선 이사추천이나 경영권 교체,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정관 변경을 요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소버린자산운용의 제임스 피터 대표도 보도자료를 통해 "㈜LG와 LG전자는 실제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적 선도기업이 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는 LG그룹 경영진이 추진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순수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LG그룹의 구조조정 노력과 LG카드에 대한 부당 지원 거부에서 보여준 독립성은 21세기 기업모델을 수용하려는 그룹의 확고한 의지를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윤혜신 기자

*** 소버린 자신 규모 30억~100억달러 추정

소버린은 모나코 국적의 자산운용 회사다. 뉴질랜드 태생의 챈들러 형제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소버린은 주로 유럽의'큰손'이나 각종 기금에서 돈을 모아 러시아.브라질 같은 신흥시장에 투자해 왔다. 운용 자산규모는 30억~100억달러인 것으로 추정된다. 소버린은 2003년 3월 중순부터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을 통해 SK㈜ 주식을 2주 동안 13차례에 걸쳐 매입하며 최대주주(지분율 14.99%)로 부상했다. 소버린 측은 그동안 경영권을 노린 투기적 자본이 아니라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에 투자해 차익을 실현하는 장기투자자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소버린은 SK㈜ 경영진에 대한 퇴진을 요구하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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