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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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강조하는 요즘 같은 때에 어떤 독서활동을 할지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다. 독서의 양도 중요하겠지만 독후활동으로 협동심·리더십·의사소통능력까지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독서신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개최한 제 4회 전국 어린이·청소년 독서신문·감상문 공모전에서 독서신문 만들기 초등 고학년부 대상을 수상한 학생들을 만나봤다.

협동심과 리더십·토론능력 향상

 ‘누리보듬’, 온누리를 보듬는다는 뜻으로 서울 목원초의 박성준(5년)·최재원(4년)·최재훈(4년)군과 박도경(4년)양이 만든 독서신문(사진)의 제목이다. 『무기를 팔지 마세요』라는 책을 읽고 설문조사·독후감·편지쓰기·가상 인터뷰 등 다양한 독후활동을 신문에 담았다. ‘평화’란 주제에 맞춰 책을 선정해 읽고 학생들끼리 독서회의를 하며 한 달을 준비해 만든 신문이다. 각 기사엔 기자의 이름이 달리고 1면엔 평화를 상징하는 광고 패러디까지 싣는 등 어엿한 신문의 모양새를 갖췄다. ‘친구와 싸웠을 때 어떻게 화해하세요?’ 라는 주제의 설문조사라던가 책의 주인공인 보미·제니와의 가상 인터뷰 등에선 어린이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독서왕으로 통할 정도로 독서양이 많다. 박군은 매 학기 다독왕을 놓치지 않는 열혈 독서광이다. 쌍둥이 형제인 재원·재훈 형제는 교내 독서 골든벨에서 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평소 꾸준히 쌓였던 독후활동들이 독서신문의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박양은 “독서회의를 하며 여러기사를 써 보면 책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고 독서신문의 장점을 말했다. 아이디어를 짜내는 과정에서 책을 여러 번 반복해보게 돼 독서의 질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독서신문은 팀을 이뤄 공동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협동심·리더십·토론능력도 기를 수 있다. 최재훈군은 “친구들과 힘을 합했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다”며 “서로 의지하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얘기했다.

조사·발표·토론 등 개정된 교과서에 필요한 능력 키워

 재원·재훈 쌍둥이 형제의 어머니 전미아(45·서울 목동)씨는 “서로 역할을 나눠 자기 이름의 기사를 쓰게 되니까 책임감도 길러졌다”며 돌아봤다. 1면 기사인 설문조사 결과를 맡았던 최재원군은 목표치인 100명에 3명이 부족해 기사마감 시간을 맞추지 못할 뻔했다. 어떻게든 맞춰야 되겠다는 생각에 밤중에 학원에서 돌아오는 친구들을 붙잡고 길거리에서 설문조사를 받았다. 재원군은 “설문조사 받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며 “어려웠지만 기사가 잘 돼서 기분이 좋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독서신문 만들기는 조사·발표·토론이 강화된 개정된 교과서의 교육과정과도 잘 맞는다. 회의를 반복하다 보면 남의 의견을 경청하며 내 주장을 펼치는 연습이 된다. 박성준·도경 남매의 어머니 조주리(41·서울 목동)씨는 “서로 의견이 충돌할 때 아이들끼리 토론으로 조절하는 모습을 보면 그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독서신문이라는 결과물을 보며 아이들이 ‘해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도 얻었다”며 “이번 경험이 자극이 돼 독서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고 변화를 얘기했다.

 학생들은 대상 상금 50만원 중 30만원을 학교도서관에 기부했다. 박군은 “앞으로도 더 많은 책을 읽을 것”이라며 “계속 독서신문을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다짐을 얘기했다.

[사진설명] 최재원·최재훈·박성준(왼쪽부터)군과 박도경양은 “독서신문을 만들면 책 한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어 독서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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