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담양 소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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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종이에 먹펜, 41 X 58㎝, 2010

전문가들이 소쇄원을 극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가 ‘ㄷ’자 모양의 담장입니다. 계곡 위를 막고 아래쪽 담을 터놓았습니다. 출입을 제한하기 위한 담장이 아니라 계곡의 풍광을 오롯이 담아두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 담으로 소쇄원은 은밀한 별천지가 됩니다.

둘째는 소쇄원의 중심 정자인 광풍각(光風閣)의 높이입니다. 높게 짓는 여느 정자와 달리 무척 낮게 지었습니다. 폭포 소리가 잘 들리는 높이를 찾느라 여러 번 공사를 했답니다. 베갯머리에서 폭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무나 누리는 복이 아닙니다.

광풍각 마루 가운데에는 1칸짜리 작은 온돌방을 들였습니다. 이 방 3면의 문이 들어열개문입니다. 이것이 셋째 주요 포인트입니다. 문을 접고 들어올려 걸쇠에 걸면 온돌방으로 계곡의 풍치가 몰려듭니다. 마루도 넓게 트인 통마루가 됩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멋쟁이 문입니다. 광풍각에 10분쯤 앉아 있으면 전문가가 아니라도 한국 특유의 별서정원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김영택 화백 penwha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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