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세상] 연수·축제 줄여 … 34억 아낀 ‘예산 자린고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5일 오전 10시 대전시 대덕구청 주차장. 환경관리팀 이진영(33·환경8급)·이재범(42·기능7급)씨 등 3명이 환경오염 점검을 나가기 위해 1000㏄ 출장 전용 경차 ‘해피카’ 시동을 걸었다. 이씨 등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자신들의 승용차를 손수 운전해 출장을 다녀 온 뒤 하루 2만원의 여비를 받았다.

그러나 7월부터는 구청의 경차를 이용하면서부터 여비가 1만원으로 줄었다. 구청의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예산 절감에 나선 것이다. 이재범씨는 “관내 출장을 갈 때는 언제나 해피카를 이용한다”며 “일반 승용차로 출장을 다녀오면 2만원 정도 드는 곳이라도 해피카를 이용하면 1만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대덕구는 7월부터 750여만원을 절약했다. 재정자립도 18%인 대덕구 공무원들이 재정난 극복을 위해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각오로 예산 절감에 나섰다.


대덕구청 공무원들이 예산을 아끼기 위해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해외연수비다. 하반기로 예정돼 있던 공무원 12명의 해외 배낭여행을 취소했다. 구청이 지원하는 여행비 2268만원을 복지비 등 다른 분야에 쓰도록 했다. 해외 배낭여행비 등을 포함한 해외연수비 관련 예산은 5500만원이다. 올해 해외 배낭여행 대상자인 기획감사팀 송선헌(46)씨는 “오래 기다려온 재충전의 기회였지만 구의 재정 형편을 생각해 흔쾌히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덕구는 국내 교육·연수 프로그램 관련 예산도 재정난으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다른 분야의 용도로 돌렸다.

이와 함께 대덕구는 직원 워크숍을 올해 열지 않기로 해 예산 3600만원을 아끼고 모범공무원을 위한 산업시찰비 2000만원도 저축했다. 직원들은 시간외수당 3억7600만원도 올해는 받지 않기로 했다.

축제나 행사 예산도 예외는 아니다. 2일 신탄진 KT&G운동장에서 대규모로 열 예정이던 대덕구민의 날 기념행사를 취소했다. 현재의 재정 형편상 7200만원이 드는 행사를 치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1일 오후 대덕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예산을 거의 들이지 않고 소규모 행사로 치렀다.

대덕구는 그동안 로하스축제·평생학습축제 등의 행사를 규모를 줄이거나 없애는 등의 방법으로 2억1000만원을 아꼈다.

정용기 대덕구청장은 “모든 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매서 절감한 예산은 34억여원(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0월 추경예산 편성까지)으로, 이를 복지 분야로 돌려 예산 운용에 숨통이 트였다”며 “앞으로 차입 등으로 20억원 정도 마련하면 올해는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서형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