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등불 밝힌 1000명의 ‘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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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5일 낮 12시 대구시 수성구 파동 대구장애인종합복지관 식당. 파랑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배식하고 있다. 일부는 중증 장애인을 위해 식판을 식탁까지 가져다 준다. 배식하는 사람들은 대구은행 마케팅기획본부봉사단 소속 직원 12명. 이들은 취사장에서 밥과 반찬을 식당으로 나르는 등 300여 명의 점심 식사를 돕느라 바삐 움직였다. 오전 11시20분 시작된 배식은 식탁과 바닥 청소까지 마친 오후 2시쯤 끝났다. 김의환(42·마케팅기획부) 부부장은 “업무를 동료에게 맡기고 왔다”며 “말끔하게 일을 끝내고 나니 기분이 상쾌하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의 ‘천사나눔주간’을 맞아 5일 직원들이 대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대구은행 제공]

대구은행이 대대적인 봉사에 나섰다. 창립 43주년 기념일(7일)을 맞아 4일부터 17일까지 2주간을 ‘천사나눔주간’으로 선포했다. 대구은행의 부서별 봉사단은 이 기간 일제히 봉사활동을 벌인다. 무료급식·농촌일손돕기·노인문화체험돕기 등 다양하다.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도 많다. 구미사랑봉사단 소속 직원 15명은 6일 ‘어르신 문화체험행사’를 연다. 구미의 한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 15명의 휠체어를 밀고 구미문화예술회관으로 가 미술작품전을 관람한다. 바깥 나들이 기회가 거의 없는 노인들이 바람을 쐬고 그림도 감상하면 기분이 전환될 것으로 생각해 마련한 행사다. 서구지역 영업점 직원들로 구성된 서구사랑봉사단은 21일 ‘한 부모 가정 어린이 부모 되기’ 행사를 마련한다. 서구의 한 교회에 초등학생 25명을 초청한다. 미리 준비한 재료로 피자를 만들고 김밥을 함께 먹으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박희우(48) 차장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행사”라며 “짧은 시간이지만 부모 노릇을 대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경북지역 영업점의 봉사단은 ‘내 고향 사랑운동’의 하나로 농촌 일손을 돕는다. 23개 결연마을에서 농작물 수확을 돕고 지역특산물도 판매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직원은 1000여 명이다. 전체 직원 2820명의 35%가 넘는 인원이다. 대구은행에는 본점의 각 본부와 포항·구미·경주 등 지역별로 28개 봉사단이 구성돼 있다. 단원은 2685명으로 전체 직원의 95.2%가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천사나눔주간 행사비 1억원은 ‘DGB 러브 펀드’로 마련됐다. 대구은행은 직원 희망에 따라 매달 급여에서 1000∼2만원씩 공제한다. 은행 측은 직원이 내는 액수만큼 보태 자원봉사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또 ‘사랑의 온도탑 모금’도 하고 있다. 사내 전산망에 코너를 만들어 자발적인 기부를 받고 있다. 이 기금은 7일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한다. 은행 측은 이를 위해 한 달 전부터 모금을 해 왔다. 대구은행은 이날 한 해 동안 실적이 우수한 봉사단과 직원에 대한 시상도 한다.

하춘수 은행장은 “지역민의 사랑으로 은행이 성장하는 만큼 이를 보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앞으로 지역사회 공헌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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