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얌전해졌네, 올 가을 호피 무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21면

드리스반노튼·에르메스처럼 평소 애니멀 프린트를 등한시했던 명품들조차 올해만큼은 호피무늬를 빼놓지 않았고, 트렌드에 민감한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여기에 당연히 합세했다.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평범한 코트·재킷은 물론 레깅스·블라우스·벨트·모자까지 호피무늬가 없는 아이템이 없다. 단 ‘수위’를 낮춘 것이 특징. 무늬와 색깔이 화려하고 강한 ‘연예인용’에서 한층 얌전해졌다. 이쯤 되면 ‘나도 한 번?’ 하고 유혹에 빠질 법하다. 올가을 ‘표범과 친해지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촬영협찬=에트로(의상·가방)·D&G·페레가모·수콤마보니·DVF(액세서리), 모델=최우진

갈색·검정 대비 누그러뜨려 귀엽게

1 얌전한 호피무늬는 다른 프린트와 섞어 입기 좋다. 재킷 안에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반짝이는 팬츠까지 걸쳤지만 그리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기본 컬러를 ‘블랙’으로 맞춰 통일감을 준 게 포인트. 2 호피무늬는 블랙과 짝지으면 가장 안전하다. 3 호피무늬라고 섹시함이 전부가 아니다. 카키색 블라우스나 워커부츠와 짝지으면 밀리터리 분위기도 연출된다. 4 분홍·보라 등의 컬러를 섞은 호피무늬 스카프.

호피무늬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아이템도 없다. 좋아하는 이들은 도도함과 섹시함의 상징이라며 즐긴다. 하지만 대다수는 ‘부작용’을 두려워한다. 잘못 입으면 자칫 천박하게 보일 수 있고, 나이 든 ‘사모님’이 될 수 있다는 것. 뭣보다 ‘드세 보이는 여자’에 대한 남자들의 반감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올해 선보인 호피무늬는 덜 무서워졌다. 갈색과 검정의 선명한 대비를 누그러뜨린 디자인이 대세다. 두 컬러의 톤을 낮추고, 경계를 흐트러뜨려 놓았다. 에트로의 이재경 VMD는 “호피무늬에도 유행이 있다”며 “올가을에는 무늬가 수채화로 그린 듯 잔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제품이 강세”라고 말했다. 칼라를 없애고 부드럽게 어깨 선까지 둥글린 카디건 형태의 털재킷(에트로)이나, 검정의 비율을 3분의2쯤 높여 호피무늬 특유의 강렬함을 줄인 코트(막스마라)를 대표적인 예로 꼽을 만 하다.

색깔 자체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갈색 대신 금색을 짝짓거나, 흰색을 추가해 3색 호피무늬를 만드는 시도가 눈에 띈다. 아예 갈색·검정 대신 핑크·보라 등과 조합해 ‘무늬만 호피’로 남겨둔 귀여운 디자인도 있다. 여기에 리본 장식을 강조한 블라우스, 실크 소재로 흘러내리는 느낌을 주는 배기 팬츠 등은 ‘참한 호피’로 이미지를 탈바꿈한 아이템들이다.

섹시함보다 우아함을 연출하라

호피무늬를 입는다고 무조건 화려해 보이는 건 아니다. 스타일링에 따라 클래식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색의 조합과 기본 아이템의 믹스앤드매치가 포인트다. 몇 가지 기본 원칙만 알면 된다. 최진영 스타일리스트가 요령을 짚어줬다.

호피를 3분의1만 보이도록 호피무늬는 어디까지나 포인트다. 더구나 워낙 강한 프린트라 조금만 보여도 인상적이다. 전체 차림에 3분의1만 보여주는 게 정석. 그래서 초보자라면 호피무늬 머플러·구두 정도가 부담이 덜하다. 원피스로 입을 땐 단색 재킷·퍼베스트를 덧입어 죽이거나, 벨트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게 요령. 재킷을 택한다면 엉덩이를 다 덮지 않는 짧은 길이가 낫다.

검정은 필수, 카키는 선택 검정은 가장 안전한 파트너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블랙 옷·구두로 맞추고 호피무늬로 딱 하나 포인트를 주면 별 탈이 없다. 호피무늬 블라우스·스커트·코트 어느 것을 입을 때나 통하는 법칙이다. 하지만 색다른 멋을 내고 싶다면? 베이지·카키·갈색과 맞춰도 좋다. 호피 무늬의 화려함을 한층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클래식 무드로 전환해준다. 단 소재는 금속성을 띠거나 반짝거리는 것은 피한다.

코트·재킷엔 레깅스를 호피 무늬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역시 털 제품. 하지만 자칫 화려하고 풍성해 보일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이럴 땐 레깅스나 스키니진으로 대비 효과를 줘야 한다. 아예 벨트를 활용해 허리를 잘룩하게 만드는 것도 요령이다.

다른 프린트와도 과감히 섞어라 이탈리아 디자이너 로베르토 카발리는 호피무늬와 꽃무늬를 섞은 옷을 컬렉션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패션 고수라면 물방울 무늬나 체크 무늬 옷과 믹스앤드매치를 시도해 볼 것. 호피 재킷에 잔무늬 블라우스를 섞어 입는 식이다. 단 컬러를 검정이 기본이 되도록 맞춰야 어느 정도 통일성이 생긴다. 더 튀고 싶을 땐 다른 컬러의 호피 프린트를 매치해 기존 틀을 깰 수도 있다. 진한 녹색을 택할 땐 밀리터리 느낌까지 살아난다.

티셔츠에 청바지와 무심히 입어라 나이 든 사모님처럼 보일까 걱정된다면 한때 배우 고소영이 보여준 ‘공항 패션’이 교과서다. 청바지에 흰티셔츠를 입고 호피무늬 털재킷을 무심히 걸쳤다. 이때 구두는 하이힐보다 플랫슈즈를 택할 것. 또 호피무늬 원피스에 야상점퍼나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워커를 신는 것도 호피 패션을 캐주얼하게 소화하는 좋은 방법이다.

TIP 더 발랄하게 보이고 싶을 땐 ‘스노 표범’ 무늬

호피 무늬도 종류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갈색 바탕에 검은색이 점으로 표현되는 표범 무늬는 여성의 라인을 강조하는 섹시함의 대표 아이템. 이보다 좀 더 화사하고 발랄하게 보이고 싶을 땐 흰색 바탕에 검정·회색의 동그라미들이 겹쳐 있는 스노 표범이 있다. 블랙&화이트의 조합에 핑크·보라 등을 섞어 연출하면 펑키한 느낌도 낼 수 있다. 이 밖에 흰색 바탕에 진한 초콜릿색 선이 있는 백호 무늬는 세련되고 도도한 멋을, 황갈색 바탕에 검은 선이 있는 ‘오리지널’ 호랑이 무늬는 고급스러움과 성숙함을 연출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