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대사'가 밝힌 북핵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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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6자회담의 틀 속에서 해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에 주재하는 이른바 '4강 대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북핵 위기의 현실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 중인 이들은 17일 YTN 특별 대담에 출연해 북핵 문제에 대한 나름의 분석과 전망을 내놓았다. 대사들은 한목소리로 "외교적.평화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103개국 재외공관장들이 1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경제4단체장 주최 오찬간담회에서 재계 인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변선구 기자]

◆ "북한과 충분히 협상 가능"=북한의 핵 보유 선언 배경에 대해 김하중 주중대사는 "기존에 많이 써왔던 벼랑 끝 전술로서 자신의 몸값을 최대한 올려보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라종일 주일대사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핵 실험이나 이전 등 더 충격적인 조치도 예상됐다"며 "이 정도는 어느 정도 예상한 수준이어서 관련국들이 침착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석현 주미대사는 "(북한 외무성) 성명서를 자세히 보면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평화적 협상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한.미 정책공조를 바탕으로 관련국들과 잘 협조해 나간다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오게 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보유 여부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김재섭 주러대사는 "러시아 국방장관은 아예 '북한이 핵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고, 한국과 미국도 추정만 할 뿐"이라며 "결국 북한이 증명하기 전에는 정확히 알 도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홍 대사도 "최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발언에서 보듯 미국도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해 확신이 없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 "압박보다는 설득할 때"=향후 대응전략에 대해서는 대북 설득론이 주류를 이뤘다. 김하중 대사는 "현 시점에서 중국이 북한을 강력히 설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별도의 기자간담회에서도 "중국은 생각보다 훨씬 큰 대북 압박카드를 갖고 있는데 관건은 과연 그 카드를 사용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며 "지금은 제재가 아니라 설득해야 할 때라는 게 중국 측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전했다.

왕자루이(王家瑞)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에 대해서도 "북한을 최대한 설득하러 가는 것"이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이날 대담에서는 홍 대사의 '각설탕론'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홍 대사는 "각설탕을 쓰느냐 안 쓰느냐, 쓰면 언제 얼마나 사용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이라며 "각설탕이 북한에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이 속히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라 대사도 "다자 틀을 유지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며 "모든 관련국이 북핵 보유를 원치 않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낙관한다"고 했다. 홍 대사는 "2기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1기 때보다는 좀더 유연해지겠지만 6자회담 바깥에서 북한과 양자회담이나 물밑 접촉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103개국 재외공관장들 청와대 만찬=노무현 대통령은 "공무원들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스스로 자극하고 경쟁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며 "공무원이 최고가 돼야 나라가 일류로 갈 수 있는 만큼 여러분을 다그치고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홍 주미대사는 공관장들을 대표한 건배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균형적 실용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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