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창호 금강산서 부활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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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창호9단이 금강산에 간다. 관광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19일로 예정된 최철한9단과의 지옥 대결을 하러 간다. 국수전은 지난해 이창호가 신흥 강자 최철한에게 빼앗긴 타이틀. 평소 '이국수'로 불리는 이창호인지라 이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그래서 올해 국수전 도전자가 되어 설욕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는 두판 두어 두판 모두 졌다. 11일의 2국에선 반집승부로 어울린 가운데 갑자기 이창호의 착각이 튀어나와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보증수표'로 불릴 정도로 실수가 없는 이창호가 중급자라면 볼 수 있는 수를 그만 착각한 것이다.

이 패배로 이창호9단은 국수전에서 막판에 몰렸고 올해 들어 중요 승부에서 4연패를 당했다.

3대0으로 져버릴지 모를 금강산 대결이 끝나면 상하이(上海)로 가 농심신라면배 국가대항전에 출전한다. 이 시합도 무척이나 괴로운 시합이다. 현재 한국은 5명의 선수 중 4명이 탈락하고 이창호 한 사람만 남은 상태. 그러나 중국과 일본은 2명씩 남아 있다. 따라서 이창호9단은 23일의 첫 대결부터 내리 4연승을 거둬야만 한국의 우승을 지킬 수 있다.

이9단은 그동안 국가대항전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출전, 반드시 우승을 지켜냈다. 단 한번도 실패한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컨디션이 영 좋지 않다. 더구나 적의 숫자는 너무 많고 하나같이 강적이다.

▶ 농심배에서 이창호9단을 기다리고 있는 4명의 적수. 왼쪽부터 왕레이(중국).왕밍완(일본).왕시(중국).장쉬(일본). 이들을 모두 꺾어야 한국이 우승할 수 있다.

먼저 맞붙게 될 일본은 왕밍완(王銘琬)9단과 장쉬(張)9단. 이 중 장쉬는 일본의 명인이자 본인방으로 현재 가장 잘나가는 기사다. 중국은 왕레이(王磊)8단과 삼성화재배 준우승자 왕시(王檄)5단. 이들 4명이 모두 강적이지만 예전 같으면 누구나 이창호 쪽이 4연승한다는 쪽에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올해 두번의 세계대회 준결승전에서 이창호는 왕리청(王立誠.일본)과 위빈(兪斌.중국)에게 졌다. 농심배의 4명은 이들보다 강해 보인다. 국수전의 최철한은 더 강해 보인다. 심기일전해 금강산으로 떠날 채비를 하는 이창호9단을 만나봤다.

-금강산엔 가본 적이 있나.

"처음이다."

-지난번 국수전 2국의 착각은 어찌 된 일인가. 요즘 집중력이 저하된 느낌인가.

"아니다. 후배 기사들이 전보다 강해졌고 다른 기사들도 수준이 높아졌다. 그래서 지는 것이다."

-국수전과 농심배 중 어느 대회가 더 부담스러운가.

"아무래도 농심배 아니겠는가."

-현재의 컨디션은 어떤가.

"전과 비슷하다.특별히 나쁠 것도 없다."

-올해 중요 대국에서 4연패다. 집중력이 전만 못해진 것은 아무래도 세상사에 대한 관심의 폭이 넓어진 데서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독서라든가 사회적 일에 대한 관심은 벌써 4, 5년 된 일이다. 물론 바둑만 생각하던 어렸을 때와는 다르겠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강해진 것이다."

-요즘은 무슨 책을 보고 있는가.

"다빈치 코드. 그리고 다빈치 코드 깨기란 책을 보고 있다. 얼마 전엔 프랑스 작가가 쓴 '섬'이란 소설을 봤다."

-데이트는 가끔 하는가.

"……"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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