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위원회 24개 연내 통폐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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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시가 시정에 대한 자문·심의·의결을 담당하는 위원회 중 기능이 비슷하거나 수명이 다한 24개를 연말까지 통폐합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이런 조치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산하 2만여개 위원회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본지>8월 21일자 1, 6면>

서울시 산하에는 ▶식품안전 ▶도로명 ▶건강생활 ▶교통안전 ▶국제회의산업 육성까지 다양한 분야의 위원회 117개가 있다. 학계 전문가(1173명), 시민단체 활동가(141명), 시의원(153명), 공무원(78명) 등 2540명의 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중 식품안전협의회, 지방건설분쟁조정위원회,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실무위원회처럼 설립 목적을 이미 달성했거나 기능이 소멸한 6개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건축분쟁조정위원회, 건축위원회처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위원회 9개는 통합한다. 여기에 행정환경의 변화로 설치 필요성이 줄어든 명예시민증수여심사위원회, 지역응급의료위원회 등은 비상설화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위원회를 구조조정하기로 한 것은 위원회가 많아지면서 역기능이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선 이해관계가 복잡한 정책결정을 공무원들이 위원회에 떠넘김으로써 책임 회피 수단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위원회의 회의 준비비와 위원들에게 지급하는 회의 참가비가 늘면서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있다. 회의가 열릴 때마다 위원에게는 7만~15만원의 참가비가 지급된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위원회의 설립 붐이 인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사회가 민주화되고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시정·도정을 민간에 개방하라는 사회적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정수용 서울시 조직담당관은 “위원회 설립 초기에는 각계 전문가나 시민단체에 시정을 개방해 민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원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권한이 강화되면서 문제가 생겨났다. 최봉기 계명대 정책대학원장은 “자문이나 심의에 머물지 않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의결 기능까지 갖춘 건축분쟁조정위원회 등의 위원들은 로비 대상이 되고 수뢰 등의 비리에 휘말리곤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같은 위원회의 비리를 막기 위해 ‘서울시 위원회 운영지침’을 만들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20명 이내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 일부를 해마다 교체하는 ‘위원 순환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또 위원회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위원회 설치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해 위원회의 활동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폐지하는 일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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