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흘러도, 일편단심 I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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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정보기술(IT) 매니어들은 ‘얼리 어답터’(새로운 기기를 먼저 써 보길 좋아하는 이들)에 대한 욕심이 많다. 그런데 이런 매니어 중에서 특정 IT기기나 브랜드만을 고집하는 이들이 꽤 있다. 그 이미지나 디자인 코드 등에 동화돼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들은 온·오프라인 동호회를 만들어 해당 기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개선점도 찾아내 애정이 담긴 조언까지 한다.

휴대전화기에선 ‘캔유 사용자 모임’(www.canu.co.kr)이 대표적이다. 이 사이트는 2003년 캔유 단말기 출시 직후 2500명 정도의 인터넷 카페 회원으로 출발, 현재 14만6000여 명의 회원을 둔 온라인 모임으로 발전했다. 캔유는 일본 카시오가 LG유플러스(옛 LG텔레콤)와 손잡고 국내에 선보인 휴대전화기 브랜드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캔유 블링블링(canU-F1100)’은 17만 대가 팔리며 외국산 휴대전화기 판매 2위에 올랐다. 이 모임은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맞은 요즘에도 피처폰(일반 휴대전화) 동호회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최근 출시한 ‘캔유 XOXO1(CanU-T1200)’은 이 모임으로부터 모델 이름 등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XOXO’는 ‘포옹과 키스’를 의미한다. 미국 인기 드라마 ‘가십걸’의 엔딩 내레이션에 등장한 데다 지난해 6월 내한 공연을 한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트위터에 ‘I Love Korea!! XOXO’라는 메시지를 올려 화제가 됐다. 이번에 출시된 XOXO는 풀터치 기반의 슬라이드 디자인이고, 전자사전·와이파이(WiFi·근거리 무선랜) 기능이 지원된다.

‘코원 유저 사이트’(www.cowoninside.com)에 가면 ‘거원뽕’으로 불리는 매니어들을 만날 수 있다. 옛 거원시스템이 회사 이름을 코원으로 바꾸기 이전부터 활발히 활동하던 충성 고객들이다.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기존의 소형 IT 단말기의 인기가 시들해진 상황에서도 코원이 나름대로 실적을 내는 원동력 중에 이 거원뽕이 한 몫을 한다. 코원도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온라인 마케팅에 초점을 맞춰 왔다. MP3플레이어 효자 상품인 ‘COWON J3’도 이렇게 탄생했다. 두께 0.99㎝의 슬림한 디자인에 최고의 음질을 보여주는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MP3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새로운 매니어층으로 등장한 게 ‘페니아(PENia)’다. 올림푸스의 하이브리드 DSLR 카메라인 ‘PEN’의 충성 고객들이다. 페니아는 카메라 업계에서 최초로 관련 액세서리 산업군을 성장시켰다. 온·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PEN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던 페니아들이 카메라에 직접 액세서리를 부착하면서 디지털 튜닝 문화를 창조해 냈다. 온라인에서 카페를 결성하고 활동하는 페니아가 1만 명을 넘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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