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형, 올해는 아우에게 듣는 헝가리 선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헝가리 출신의 지휘자 아담 피셔(61)는 홈페이지에 어린 시절 사진을 여러 장 올려놨다. 하이든의 교향곡 전곡(104곡)을 내놓았던 그는 고전시대 작품에 대한 정통한 해석으로 유명하다. 사진 가운데 형제가 함께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눈에 띈다. 피아노 의자에 앉기에도 작아 보이는 어린 형제는 이후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했다.

동생 이반 피셔(59) 또한 유럽과 미국 대륙을 누비는 지휘자다. 헝가리에서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미국에서는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맡고 있다. 걸출한 두 지휘자가 한 집에서 나온 셈이다.

헝가리 태생의 지휘자 이반 피셔(위)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세 번째 내한 공연을 연다. 지난해 다녀간 형 아담 피셔(아래)도유명 지휘자다. 그들의 지휘 스타일 차이를 눈여겨볼 만하다. [중앙일보 문화사업 제공]

◆함께 배운 음악=피셔 형제는 지휘와 바이올린 연주를 병행했던 아버지 밑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배웠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한스 스바로프스키에게 지휘를 함께 배우기도 했다. 형은 오페라 지휘자로, 동생은 오케스트라 콘서트 지휘자로 첫 발을 내디뎠다.

출발은 조금 달랐지만 이내 음악계 ‘벤처 사업가’라 할 수 있는,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형은 하이든 필하모니, 동생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이반 피셔는 e-메일 인터뷰에서 “기존의 오케스트라에 없는 정신을 보완하고자 했다. 음악의 열정과 기쁨을 청중에게 전달할 줄 아는 집단을 꿈꿨고, 새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가 오케스트라를 창설한 건 1983년. 헝가리 작곡가 바르토크 뿐 아니라 슈트라우스·말러 등을 녹음한 앨범은 그래미·그라모폰 등 음반상 후보·수상의 기록을 여럿 남겼다. 형의 오케스트라가 하이든의 후원 가문이었던 에스테르하지 성을 무대 삼아 교향곡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동생은 ‘기존에 없던 조직’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키워낸 것이다.

이반 피셔는 “연주 횟수를 지나치게 많이 잡아 작품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하는 오케스트라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특정 작품의 연습·연주를 정기적으로 하려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헝가리 정통 선곡=아담 피셔는 지난해 12월 내한해 교향곡 94번 ‘놀람’ 등 ‘하이든 정찬’을 차려냈다. 이반 피셔 또한 자신의 특기를 살려 내한한다. 바르토크의 ‘루마니아 무곡’과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으로 헝가리 특유의 정서를 들려준다.

이반 피셔의 조국에 대한 열정은 유명하다. 헝가리의 어린 청중을 위해 ‘코코아 콘서트’라는 시리즈를 만들었고, 일요일 오후의 실내악 콘서트, 1만 명의 객석을 마련한 야외 콘서트 등을 새로 기획해 히트시켰다. 그는 “청중이 자신의 삶과 연관성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는 그들의 일상과 만나려 노력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형제는 ‘작지만 강한’ 자신만의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번갈아 한국을 찾고 있다. 한 피아노에서 음악을 배운 둘의 연주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8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 10일 오후 7시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02-2000-6309.

김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