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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제대로 알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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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일부 외국계 사모투자펀드가 국내 기업 및 금융 기관을 인수 매각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익을 거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대중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국내 은행이 사모펀드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사모펀드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균형잡힌 시각이 대체로 부족한 것 같아 염려스럽다. 특히 사모펀드에 대해서 다음의 세 가지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다.

첫째, 한국에 투자한 외국계 사모투자펀드들이 모두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지난 4년간 한국에 투자한 사모펀드 중 70% 이상이 손익분기점도 달성하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볼 때도 자본비용을 초과하는 수익을 내는 사모펀드는 소수에 불과하다.

둘째, 사모펀드의 운영비는 얼마 들지 않는 반면, 일단 투자를 하기만 하면 어느 정도의 수익률은 보장된다는 인식이다. 현실은 반대다. 사모펀드는 보통 최소 10%의 투자수익률을 올려야 이월 비용과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다. 수익률이 10% 이상 돼야 그때부터 진짜 돈을 버는 것인데 말처럼 쉽지 않다.

셋째, 사모펀드에 투자한 돈을 쉽게 회수할 수 있을 거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취약한 유동성은 사모펀드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다. 사모펀드가 투자 대상 기업을 되팔아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보통 5~10년이 소요되며, 그 중간에 자금을 회수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처럼 낮은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투자를 한 소수의 사모펀드는 지난 수십년간 매우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사모펀드 투자의 가치 창출은 단순한 자본 조달이 아니라 인수 후 경영에서 판가름난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들은 인수 회사의 경영에 깊숙이 관여한다. 사모펀드가 조직하고 임명한 이사회와 CEO는 기업을 정상화하고 높은 수익을 내겠다는 절대목표 아래 엄격히 회사를 지휘하고 고군분투한다. 또한 경영진의 인센티브 구조가 기업이익의 극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설계돼 있다. 기존의 임금 구조, 노조의 시각, 과거 문화와 시스템, 국민 정서 등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기업이익 극대화라는 절대적 목표에 따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안한다. 당연히 회사 경영진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경영성과 개선을 위해 매진한다.

여기다 투자를 결정할 때부터 투자 회수 전략을 함께 생각한다. 그 전략이 IPO든, 원래의 주인이나 직원이나 제3의 투자자에게 회사를 되파는 것이든 일찌감치 투자회수 전략을 수립하고, 각 투자건의 투자 사이클을 고려해 펀드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 투자자 역시 사모펀드가 장기투자며 중도 해지할 수 없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한국인은 생명보험을 제외하곤 이런 장기투자 경험이 없다. 생명보험이 생명을 담보로 투자하는 것이라면, 사모펀드는 5년 이상 생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를 담보로 투자하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철저히 시장 원리에 의해 자율적으로 움직여야 하며,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사모펀드가 수익을 내든 실패를 하든 그것은 시장에 맡겨야 하며 정부는 어떤 간섭도 도움도 주지 말아야 한다. 섣불리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시장을 과도히 규제한다면, 사모펀드 시장 자체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국내에 사모투자펀드에 대한 수요와 시장이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모펀드 시장이 제대로 활성화되고, 국내의 경쟁력있는 사모펀드가 나오기 위해서는 정부나 투자자나 펀드 운영자 모두 먼저 사모펀드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해야할 것이다.

이성용 베인 & 컴퍼니 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