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론 같은 은행 대출상품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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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햇살론’과 비슷한 은행권 서민대출 신상품 ‘새희망홀씨’가 11월 나온다. 은행이 서민금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은행연합회는 이 상품의 판매 목표액을 각 은행 영업이익의 10%로 설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 할당이 가져올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햇살론보다 금리 낮게=전국은행연합회는 4일 시중은행장이 참석하는 이사회를 열고, 은행권 서민대출 상품 방안을 확정한다고 30일 밝혔다.

은행권에 따르면 새로 나올 서민대출 상품은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한다. 금리는 연 10~13.9%로, 평균 11%대 수준이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이 7월부터 판매 중인 햇살론 금리(평균 13%)보다 낮다. 신용등급 제한은 따로 두지 않되, 은행이 자체 신용평가를 통해 연체 경험이 있거나 빚이 많은 고객은 골라낼 예정이다. 신상품 이름은 ‘새희망홀씨’가 유력하다.

각 은행은 기존에 있던 서민대출 상품인 ‘희망홀씨대출’을 새롭게 바꾸거나, 그와 별도의 신상품을 새로 출시하게 된다. 새 상품은 은행별 리스크 심의와 전산 개발 작업을 거쳐 11월 중 나올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은행연합회는 4일 이사회에서 서민대출 신상품의 연간 판매 목표를 전년도 은행 영업이익의 10% 수준으로 설정키로 결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은행권 영업이익(7조7000억원)을 감안할 때 연 7000억~8000억원을 서민대출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서민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라는 조건을 달아 한시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앞서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가 ‘은행 영업이익 10% 이상의 서민대출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은행연합회가 이를 수용해 내놓은 방안이다.

◆“부실 책임은 누가 지나”=새희망홀씨는 햇살론과 달리 정부의 보증 없이 은행이 자체적으로 빌려주는 구조다. 부실이 생기면 은행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대출 목표금액을 채우기 위해 자격이 안 되는 사람에게까지 무리하게 돈을 빌려줄 경우 부실은 더 심화될 수 있다. 은행들이 ‘영업이익 10%’란 목표 할당에 반발하는 이유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개인여신 담당자는 “영업이익 10%씩 대출한 게 몇 년간 누적되면 부실 규모만 수천억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며 “그 부실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말했다. 은행이 대출 부실을 메우기 위해 금리를 높일 경우 일반 고객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주주와 이사회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은행장이 독단으로 영업이익의 10%를 서민대출에 쓰겠다고 결정할 수 있느냐도 논란거리다. 주식회사 이익에 대한 처분 권한은 주주에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의 담당자는 “은행 경영평가 때 서민대출에 높은 점수를 줄 순 있지만 목표금액까지 설정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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