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자원+시장’ 두 토끼 잡은 한·페루 FTA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FTA가 타결되기까지 양국 간 다양한 교류가 이뤄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알란 가르시아 페레스 대통령은 지난 2년여 사이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페레스 대통령은 한국에 국빈 방문했을 때 통상적 외교 관례를 깨고, 즉석에서 한국 방문 기간을 하루 연장하기도 했다. 두 정상 간 친밀감이 화제가 됐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페루의 수도 리마에 사무소를 두고, 다양한 무상지원 활동을 통해 페루 국민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노력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국립박물관 주최로 페루 잉카 문명전이 3개월 동안 서울에서 열려 페루를 더욱 알리는 계기가 됐다.

비행시간만 꼬박 하루가 걸리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대부분의 한국 사람에게는 잉카 문명의 유적지로,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히기도 하는 마추픽추로만 알려진 페루와의 FTA 체결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2002년 한국의 첫 번째 FTA 체결국인 칠레는 페루와 인접한 국가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FTA 체결을 통해 우리의 식탁 위에는 어느덧 저렴한 가격의 칠레산 수산물이 자리 잡고 있다. 칠레에서 수입한 포도주는 한국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칠레에서는 한국산 자동차와 가전 제품이 일본 제품을 제치고 내수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양국 간 교역량은 FTA 체결 이후 불과 5년 사이에 네 배 이상 급성장했다.

칠레와 유사한 산업 구조를 지닌 페루와 FTA를 체결한 것도 칠레 못지않은 결과를 이끌어 낼 것으로 전망된다. 가까운 시일 내 더 많은 페루산 수산물·커피·포도주 등이 한국 시장에 들어올 것이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8%의 경제성장률로 남미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여준 역동적 페루 시장을 한국산 자동차와 전자 제품이 석권하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이다. 지난해 기준 15억6000만 달러 수준의 양국 간 교역량도 향후 3~5년 안에 다섯 배 이상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FTA 체결은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이 페루의 은·구리·아연·천연가스 등 풍부한 천연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북중미에서 남미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페루와의 관계를 강화해 세계 경제에서 그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는 남미의 풍부한 천연 자원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든든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페루는 한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는 힘을 확보하고,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번 FTA 체결은 양국 정부 차원의 관계 강화가 이끌어낸 결과다. 앞으로 기업들이 더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리고 양국 간 민간 교류가 늘어나고, 경제 교류를 뛰어 넘는 문화교류 확대 등을 통해 전면적 동반자 관계의 설정이 절실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FTA 체결의 진정한 전략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페루 FTA 체결이 길었던 협상의 끝이라면, 동시에 양국 간 새로운 미래를 향한 첫 걸음이기도 하다. 두 나라의 멋진 미래를 상상해 본다.

한영철 프라임모터 대표 (페루 명예영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