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기획] 上. 여성 채용 2~70% … 회사마다 큰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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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조금씩 커지고 있다. 2001년 46.9%에서 2004년 49.4%로 늘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밝힌 지난해 대졸 여성 취업률은 47.9%였다. 그럼에도 본지 조사 결과 대기업 취업률은 22.4%에 머물고 있다. 물론 기업별 여성 채용 비율은 2%에서 70%까지 다양하다. 특히 항공.해운 업종에서 여성 채용 비율이 높다.

이화여대 경력개발센터 원장 강혜련 교수는 "전체 졸업자 중 여성이 절반에 달하고, 이들 대다수가 취업을 원하고 있지만 대기업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취업 현장에서 보면 20%대라는 수치도 오히려 높게 느껴질 정도"라고 덧붙였다.

◆ 여성 기피 여전="설비 업무를 여성들이 맡을 수는 없지 않으냐." "현장 근무는 걱정이 돼서 보낼 수가 없다."

일부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왜 여성이 적으냐"는 질문에 "우리 산업의 특성상 여성은 곤란하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광주대 사회복지대학원 김미경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여성취업 실태를 연구해온 김 교수는 "취업난에 여성들이 '어려운 일도 피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기업들이 '여성에겐 무리'라는 선입견을 버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출산휴가 등 모성 보호는 기업이 여성을 고용하면서 떠안아야 할 사회적 책임인데도 이를 기피하면서 여성 인력은 색안경을 끼고 본다"고 주장했다.

◆ 여성 공학도는 부족= 40개 대기업의 신입사원 중 공학 전공자의 비율은 65.9%다. 하지만 2004년 공대 졸업자 중 여성 공학도는 19.3%에 불과하다. 공학 전공자에게 취업문은 상대적으로 넓은데도 여성 공학도의 비율이 턱없이 낮은 것이다.

기업 관계자들은 이렇게 해명한다. "여성을 안 뽑는 게 아니라 여성이 안 온다."

㈜효성의 김혜현 인사과장은 "제조업의 특성상 공학 전공자가 주요 인력인데 공학을 전공한 여학생 수가 워낙 적어 지원자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 선입관을 버려야=여성 스스로 특정 기업.업종에 선입관을 갖고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해 공채 모집에서 전체 응시자 중 여성 비율이 25%도 안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성별.전공 제한이 없는데도 여성 지원자들이 현격히 적었다"면서 "남성 중심적인 정유업의 이미지 때문에 여성 구직자들이 지원을 꺼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여성 채용을 꾸준히 늘려 온 기업들은 "여성이라서 특정 영역을 잘 하거나 못 할 것이라는 것은 선입견"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신입사원의 60%를 여성으로 채용한 한진해운. 이 회사 양국 인사과장은 "성별에 대한 고려 없이 우수인력을 뽑다보니 여성의 비율이 50% 안팎으로 유지됐다"며 "업무수행 역량은 개인별로 다를 수 있지만 성별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남성 이미지가 강한 직종에서 여성 인력이 활약하는 경우도 조금씩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건설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6명의 여성 사원을 뽑았다. 2003년도의 두배 규모다. 인사팀의 김연일 부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시공 업무를 여성에게 맡기는 것은 무리라고 다들 생각했다"고 밝혔다. "여성들이 먼지 날리는 공사 현장에서 나이 많은 남자 노동자들을 관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매년 한두 명씩 입사한 여성 사원들이 시간이 갈수록 현장에서도, 본사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김 부장은 "여성 사원들이 현장에서 밝은 분위기를 조성해 업무 성과가 좋아진다는 평가가 계속 올라와 자신감을 갖고 여성 채용을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노동연구원 황수경 데이터센터 소장은 "교육과 미디어를 통해 고착된 성별 직업관을 깨뜨려야 한다"면서 "여성들이 채용 시장의 수요에 맞게 학과를 선택하고 자기 경력을 쌓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탐사기획팀 '대기업 취업'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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