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기획] <메인>40개 대기업 신입사원 1만3956명 분석해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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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전선에 '이공계 위기'는 없었다. 이공계 출신자가 대기업 신입사원의 77%를 차지해 인문.사회계 등에 비해 훨씬 취직이 잘됐다. 대학 졸업자의 절반이 여성임에도 대기업 신입사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대에 불과했다. 지방대 출신 비율은 신입사원의 30%대에 그쳤으며, 신입사원의 토익(TOEIC) 평균 점수는 778점으로 집계됐다. 본지 취재팀이 삼성전자.LG전자.한국전력.KT.SK텔레콤 등 40개 대기업에 지난해 입사한 4년제 대졸 사원 1만3956명의 인사 자료를 분석하고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을 인터뷰한 결과다.

이공계 77%…이공계 위기에도 취업문은 넓어

40개 대기업 신입사원 중 이공계 출신 비율은 76.8%로 조사됐다. 지난해 전체 대졸자 중 이공계 졸업자 비율은 39.8%다.

'이공계 위기론'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음에도 이처럼 이공계 출신 신입사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과 관련, 서울대 주우진(경영학)교수는 "이공계 위기는 인재가 의대와 한의대 등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불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병욱 산업조사실장은 "이공계 위기나 취업난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며 "취업 기회도 이공계가 더 많고 승진도 잘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이공계 출신자가 필요한 일부 부문은 오히려 구인난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지방대 36%…"대기업 본사 서울에 몰린 탓"

지난해 대졸자의 73.3%가 지방대(비서울) 출신이지만 대기업 신입사원 중 비율은 35.5%에 불과했다. 지방대 출신 구직자들의 대기업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은 것이다.

고려대 이만우(경영학)교수는 "대기업 본사가 서울에 집중돼 있어 서울 소재 대학 출신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출신대 자체를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서울 소재 대학이 기업에서 원하는 인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 관계자는 "지방대 출신자들이 생존력이 강하고 입사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기업(조사 대상 3개사) 신입사원의 60% 이상이 지방대 출신으로 조사됐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70%를 웃돌았다.

여성은 22%…"결혼·출산으로 그만두는 현실 고려"

여성 비율은 22.4%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대졸자 중 여성 비율은 49.4%다. "경력이 쌓여 쓸 만해지면 결혼.출산 등으로 그만두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건설.생산직 등에 여성이 마땅치 않다"…. 대기업 인사 관계자들은 여성 채용을 꺼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이화여대 경력개발센터 원장 강혜련 교수는 "대기업들이 여성 인력에 문은 열지 않고 구직자 탓만 하는 경향이 있다"고 반박했다. 취직이 잘되는 공학계 중 여성 비율이 적은 점도 여성 취업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신입사원 중 공대 출신 비율(자연대 등 제외)은 66%에 이르지만 공대 졸업자 중 여성 비율은 20%에도 못 미친다.

토익 평균 778점

본지 조사에서 신입 사원의 토익 평균 점수는 777.8점이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토익응시자 86만여명의 평균 점수(594.4점)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수다. 신입사원 토익 평균 점수는 업종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예컨대 상경계 위주로 뽑는 금융계는 850점을 웃도는 반면 이공계가 많이 들어가는 전자업계는 평균치를 밑돌았다. 신입사원들의 토플(CBT) 평균 점수는 248.5점, 텝스(TEPS)는 709.9점, 일본어능력 평가시험(JPT)은 780.3점으로 집계됐다.

탐사기획팀

[탐사기획팀 '대기업 취업'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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