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자금 독자적 마련 … 엠코와 합병 검토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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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대건설 인수전의 막이 오르자마자 주요 인수 후보 두 곳의 정면 승부가 시작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7일 현대건설 인수 참가 의향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인수자금은 그룹 내부 자금력으로 독자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략적·재무적 투자자가 참여하면 경영권·수익률을 과도하게 요구할 부담이 있기 때문”이란 설명을 붙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참여는)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원전 등의 친환경 발전 사업에서 하이브리드·전기차 등의 친환경 자동차에 이르는 친환경 사업 구조가 완성된다”며 “그룹의 기존 사업인 해외 고속철 및 철도 차량 사업과도 연계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세계 150여 개국 8000여 곳의 생산·판매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현대건설의 글로벌 성장 기반이 한층 확대될 것”이란 주장도 했다.

현대건설 인수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엠코와의 합병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엠코는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의 건설사다. 아울러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행 조직과 인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이 어려웠을 때는 지원을 외면하던 현대차그룹이 회사가 정상화되자 이제 와서 현대그룹과 경쟁해 현대건설을 인수하겠다는 것은 유감”이라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2000~2001년 현대건설이 국내외 건설 경기 침체로 자금난을 겪을 때 현대차는 필요한 지원을 꺼렸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은 예정대로 마감 시한인 다음 달 1일 이전에 인수의향서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11월 초 본입찰을 실시해 12월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본계약 체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선하·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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