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라운지] 비행기 좌석등급 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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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800년대 미국 개척시대의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던 역마차에도 요즘의 비행기처럼 좌석등급이 있었다.

역마차의 좌석등급은 일등석(퍼스트클래스), 이등석(비즈니스클래스), 일반석(이코노미클래스) 등 세 가지로 구분됐다. 좌석등급은 평소에는 별 의미가 없지만 마차가 진흙탕에 빠지거나 언덕을 오를 때 용도가 드러나곤 했다.

일등석 손님은 어떤 경우라도 마차에서 내리지 않고 좌석에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이등석 여행객은 무조건 내려서 마차를 따라 걸어가야 했다. 삼등석 이용자는 내려서 진흙탕에 빠진 마차를 꺼내거나 밀어야 했다. 좌석등급을 편의성이나 안전성이 아닌 승객의 역할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당시에도 마일리지 서비스와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 단골고객은 일반석 요금을 내고 이등석 승객과 같은 대접을 받기도 했다.

반면 비행기 좌석에는 1920~30년대까지만 해도 등급 구분이 없었다. 당시엔 비행기를 이용하는 계층 자체가 사회 지도층이나 부자였다.당시 비행기 의자는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등나무로 만들었다.

비행기 좌석등급은 1940년 미국 국내선에 처음 생겼다. 항공사 수가 많아지면서 고객들이 서비스가 좋은 곳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좌석등급이 일등석과 일반석 두 가지로 구분됐다. 지금처럼 등급이 세 가지로 나뉜 것은 1980년대부터다. 세계를 누비는 비즈니스 승객을 잡기 위해 일반석과 일등석 중간 단계인 비즈니스클래스가 처음 등장한 것이다. 2000년 들어서면서 네 가지 좌석등급 시대가 열렸다. 영국항공이 일반석과 비즈니스클래스의 중간단계인 '월드트래블러클래스'를 선보이면서부터다. 대한항공도 2001년 일부 장거리 노선에 일등석 중의 일등석으로 불리는 '프리미엄 퍼스트클래스'를 만들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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