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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V 사태는 정부의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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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iTV 경인방송이 정파된 지 한달보름이 됐다. 정부가 방송 중단이라는 사형선고를 한 뒤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무작정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태도와는 달리 현재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iTV 경인방송을 다시 살리자는 운동이 경인방송에 몸담았던 직원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방송위원회가 iTV에 대해 재허가 추천을 거부하면서 iTV는 방송을 중단하고 310여명에 달하는 전 임직원을 해고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iTV는 왜 이런 상황에 내몰리게 됐는가. iTV 사태는 1997년 사업허가를 받을 때부터 예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이라는 협소한 방송권역에 자본금 400억원(91년 SBS 개국시 1000억원), 그리고 100% 자체 편성이라는 부담까지. 제작비 등의 제반 비용은 이른바 중앙 3사와 비슷하지만 광고 수입은 10분의 1밖에 되지 않다 보니 낮은 투자에 낮은 제작비, 낮은 시청률, 낮은 광고 수입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iTV는 박찬호 야구 중계와 당시 어떤 방송도 시도하지 못했던 6㎜ 다큐멘터리, 중국드라마 등 화제의 프로그램을 잇따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2002년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상이익을 실현했다.

그러나 중앙 3사의 독과점이라는 우리 방송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대중문화의 첨병인 방송 콘텐트 개발이라는 우리 방송의 지상과제를 수행하는 데 앞장섰던 iTV에 대해, 방송위원회는 2001년 역외 재송신을 금지했고 2004년에는 재허가 추천거부 결정으로 마지막 숨통까지 끊어버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방송위원회는 다음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재허가 추천을 거부했다.

첫째, 사업 수행을 위한 재정적 능력 부족을 들고 있는데 방송위가 iTV에 올해부터 수도권 역외 재송신을 허용하고 계양산 DTV를 허가해 주면서 그 어느 때보다 iTV는 재정적인 여건이 호전될 수 있는 기회였다. 또 새로운 투자자 유치가 가능한 시점에서 방송사의 문을 닫게 한 점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둘째, 방송 발전을 위한 지원계획 및 방송 수익 사회환원 불이행을 들고 있는데 2001년 재허가시 iTV가 사회 환원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을 재허가 추천 거부 사유로 꼽고 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지적이다. 적자가 계속돼 살림살이가 어려운 회사가 사회에 환원할 이익이 어디에 있는가. 한 해에 몇 백억원의 흑자를 내는 SBS가 사회환원 불이행에도 허가추천을 받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셋째, 협찬 및 간접광고 규정 위반을 거부 사유로 꼽고 있는데 다른 거대 방송사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전혀 맞지 않고 이는 방송위원회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바다.

방송위원회는 iTV에 대해 아무 대안없이 일단 사형선고부터 내리고 보자는 식으로 대처했다.

하지만 방송이 중단된 지 한달보름이 넘도록 아직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다. 1300만 경기.인천 시청자들은 방송정책과 방송규제의 총괄기관인 방송위원회가 혹시 직무를 유기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iTV 정파 이후 어떻게 이 사태를 수습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한시 바삐 이뤄져야 한다.

손형기 프로듀서.전 iTV 대외협력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