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살아 숨 쉬는 서울 성곽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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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자연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서울이 한눈에…


제주도 올레길이 생겨난 이래 전국에 많은 길이 조성되고 있다. 둘레길, 숲길 등 그 이름도 다양하다. 최근 들어 이렇게 많은 길이 생겨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생각하고 자연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 물론 최근 들어 지자체 등에서 경쟁적으로 다양한 길을 만들고 있지만, 과거 과도한 도시개발의 결과 지금은 거꾸로 막대한 복원비를 들여가며 자연과 역사를 되살리고 있다.

사람들은 쉽게 걸을 수 있는 길, 즐겁게 걸을 수 있는 길,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길을 걷고 싶어 한다. 길을 걸으며 가족·친구·연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 수 있고, 육체적인 피로 속에서도 즐거운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힘이다.

서울 성곽의 역사

서울 성곽은 과거 조선의 수도였던 한양을 둘러쌓고 있는 도성이다. 오랜 역사성과 함께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1963년 1월 21일 사적 제10호로 지정됐다. 둘레는 약 18.6km, 면적은 59만6812㎡다.

서울 성곽은 1396년(태조5) 축성됐다. 성벽은 백악(白岳)·낙산(駱山)·남산(南山)·인왕산(仁王山)의 능선을 따라 축조됐다. 길이는 영조척(營造尺)으로 5만9500자, 이 길이를 천자문(千字文)의 97자(字) 구획으로 나누고 매자구간(每字區間) 600자로 해 백악의 동쪽으로부터 천자(天字)로 시작됐다.

막음은 백악 서쪽의 조자(弔字) 구역으로 끝났다. 이때 쌓은 성벽은 석성(높이 15자) 1만9200자, 평지의 토성 4만30자이며, 수구(水口)에는 홍예(雲梯)를 쌓고 좌우에는 석성을 축조했다. 1396년 정월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인 12만 명으로 성곽 축조공사를 시작했다.
성에는 사대문(동―흥인지문, 서―돈의문, 남―숭례문, 북―숙청문)과 사소문(북동―홍화문, 남동―광희문, 북서―창의문, 남서―소덕문)을 냈다. 흥인지문(동대문)만은 옹성을 쌓았고, 숙청문(숙정문)은 암문(暗門)으로 하여 문루를 세우지 않았다. 남대문은 1396년, 동대문 옹성은 1399년 완성됐다.

서울시,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추진

최근 서울특별시는 서울을 둘러쌓고 있는 서울 성곽 복원과 함께 서울 성곽길을 조성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소중한 문화유산과 역사를 알리고 즐겁게 걸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또 서울 성곽이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서울시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미 2009년 2월과 3월에 ICOMOS 코리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사전 협의를 마쳤다. 이후 같은 해 3월과 4월에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해 사대문 안 전체의 세계문화유산(역사도시) 등재 가능 여부를 검토했다.

하지만 개발에 따른 훼손으로 사대문 안 전체를 등재하기는 곤란하다고 판단해 역사도시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표 유적을 선정해 등재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 결과 서울 성곽 등 조선시대 도성과 도성 방어 유적이 추진 대상으로 선정됐다.

서울 성곽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는 서울 성곽이 세계에서 최장기간 도성의 역할을 수행했으며, 3중 구조로 된 독특한 구조를 하고 있고, 보존 상태도 비교적 좋았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유적의 진정성 있는 복원과 함께 세계 유사 유적과의 정밀한 비교연구를 통한 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 발굴을 진행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정구 객원기자 bupdo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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