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예선] 한국, 쿠웨이트 완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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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 쿠웨이트전에서 첫골을 넣은 이동국이 동료들에 둘러싸여 환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첫 발을 힘차게 내디뎠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설날인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에서 난적 쿠웨이트를 2-0으로 완파했다. 먼저 승점 3점을 챙긴 한국은 A조 선두로 나섰다. 같은 조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우즈베키스탄은 1-1로 비겼다.

한국은 전반 초반 설기현(울버햄튼)의 활발한 왼쪽 돌파로 게임의 실마리를 풀어갔다. 잉글랜드 챔피언십리그(2부리그)에서 잇따라 골을 터뜨려 자신감을 잔뜩 충전하고 돌아온 설기현은 상대 수비수를 농락하는 속임 동작과 스피드로 여러 차례 코너킥을 얻어냈다. 초반 박지성(에인트호벤)의 두 차례 슈팅이 빗나간 뒤 전반 23분 쿠웨이트의 골문이 열렸다. 김남일이 미드필드 정면에서 올려준 볼을 쿠웨이트 수비수가 헤딩, 높이 뜬 볼을 이동국(광주)이 몸을 돌리며 왼발을 크게 휘둘렀다. 볼은 왼쪽 골대를 맞고 반대쪽 네트를 흔들었다. 지난해 12월 19일 독일전에서 터뜨린 환상의 터닝슛을 각도만 180도 돌려 재현한 듯한 멋진 골이었다. 이동국은 지난해 7월 아시안컵에서도 쿠웨이트전에서 두 골을 넣어 4-0 대승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동국의 첫 골에 힘을 얻은 한국은 김남일(수원)의 인터셉트에 이은 예리한 볼 배급에 힘입어 잇따라 찬스를 만들어나갔다. 그러나 31분과 44분 이동국에게 찾아온 기회가 골로 연결되지 못해 한국은 전반을 1-0으로 마쳤다.

후반 한국 공격의 칼끝이 무뎌진 듯 소강 상태가 지속되자 본프레레 감독은 이천수(누만시아)를 빼고 정경호(광주)를 투입했다. 정경호의 빠른 발이 상대 진영을 휘저으면서 전반과는 반대로 오른쪽에서 찬스가 자주 나왔다. 후반 35분 추가골은 '에인트호벤 듀오'가 만들어냈다. 정경호에게서 연결된 볼을 박지성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찔러주자 쇄도하던 이영표가 오른발 슛을 날렸다. 볼은 골키퍼 앞에서 크게 한 번 튀긴 뒤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상암벌을 메운 5만3천여 관중의 함성이 폭죽처럼 터졌고, 파도타기 응원은 쉼없이 이어졌다.

쿠웨이트는 추운 날씨 속에 잔뜩 움추러들어 주도권을 한국에 완전히 내줬다. 후반 몇 차례 역습을 시도했지만 손발이 맞지 않았다. 유상철(울산)이 빠진 수비진은 걱정과는 달리 유경렬(울산)이 중앙에서 리더 역할을 제대로 해내 큰 위기를 맞지 않았다.

한국은 3월 25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정 2차전을 치른다.

정영재.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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