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적 폐렴, 백신으로 사망률 60% 낮춘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84호 18면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여기저기 콜록거리는 사람이 늘었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이 예방접종 백신이다. 대개 영·유아기에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성인에게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당뇨병, 심장질환,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가진 노령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들은 면역력이 젊은 사람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또 가임기 여성도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감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예방백신을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 성인이 꼭 맞아야 할 백신을 정리했다.

부모님 큰 병치레 막아주는 백신

노인 인플루엔자 사망률 87%
최근 고인이 된 앙드레김과 백남봉, 배삼룡씨의 사망원인은 폐렴이었다. 폐렴은 폐렴구균 때문에 생기지만 면역력이 높은 사람이 감염되면 별다른 이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65세 이상의 노령층이 폐렴구균에 감염되면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1983년 우리나라 폐렴 사망자는 70세 이상에서 601명이었지만 2006년에는 3449명으로 늘었다. 14세 이하에서는 83년 2108명에서 2006년에는 36명으로 줄어든 것과 반대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오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면역력이 약한 노년층에게 폐렴이 중요한 사망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폐렴 예방 백신을 맞으면 폐렴균에 감염됐을 때 이로 인한 사망률을 59% 줄이는 효과가 있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면역력이 떨어진 노년층에게는 위협적이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인플루엔자로 사망한 사람들은 총 701명인데, 그중 노인이 87.2%(612명)를 차지하고 있다. 원래 독감백신은 노인층에게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최근 그러한 단점을 보완한 노인용 독감백신도 나왔다.

최근 20~30대에 급증하는 A형간염
A형간염 환자 수는 2005년 798명에서 2008년 7895명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 중 20~30대가 약 80%를 차지한다. 젊은 성인층에서 A형간염이 급증하는 이유는 이들이 태어난 70~80년대부터 깨끗한 생활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릴 적 깨끗한 환경에서 A형간염에 한번도 감염되지 않은 이들이 어른이 돼 군대 등 집단 생활을 하며 A형간염에 걸리는 것이다. A형간염은 어릴 때 걸리면 가볍게 앓고 넘어가지만 성인일 때 감염되면 간염, 간부전 등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백신접종으로 예방해야 한다. 1회 접종 뒤 6~12개월 후 추가접종을 하면 95% 이상 예방 효과가 있다.

95년 이전에 출생한 사람이라면 B형간염 예방주사도 맞아야 한다. 지금은 신생아 출생 후 필수접종이 됐지만 95년 전에는 필수접종이 아니었기 때문에 해당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의 수가 꽤 많다.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은 후 B형간염 항체가 생성돼 있지 않다면 반드시 맞아야 한다. 현재 간암 환자의 70%가 B형간염이 원인이다.

여성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현재 자궁경부암은 우리나라 여성 암 7위에 머물러 있지만 젊은 여성들의 유병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어 문제다. 국립암센터의 조사 결과, 젊은 여성에게서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자궁경부암 이형성증’으로 진단된 환자는 10년 새 3배 늘었다. 성관계를 맺기 전의 젊은 여성에게 권장되며 백신을 맞으면 자궁경부암을 약 90% 예방할 수 있다. 또 임신 계획이 있다면 기형아 예방을 위해 풍진과 수두 예방 주사도 맞아야 한다.

파상풍 백신은 10년 만에 한 번씩
파상풍은 상처가 난 부분에 생긴 균이 신경 말단으로 퍼져 근육을 마비시키는 질환이다. 유병률 자체는 적지만 일단 걸리면 4명 중 1명꼴로 사망하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정희진 교수는 “한국에는 파상풍 백신이 56년에 도입됐기 때문에 40대 이상 대부분은 파상풍에 대한 항체가 없다”고 말했다. 파상풍을 예방하려면 10년마다 한 번씩 백신을 맞아야 한다.

요즘은 금속 성분 ‘치메로살’ 거의 없어
백신 속 금속 성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접종을 망설이는 사람도 많다. 논란이 되는 금속 성분은 ‘치메로살’로, 백신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40년대부터 사용돼온 물질이다. 이 치메로살의 구성 성분 중 49%가 에칠수은인데, 인체에 독성을 일으켜 소아자폐증 등의 위험률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2003년 8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백신 안전성 자문위원회(GACVS)는 치메로살 함유 백신에 의한 독성 증거가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2004년 미국 질병관리센터(CDC) 소속 의학협회(IOM)와 유럽 의약품평가위원회(CPMP)에서 역시 연구자료 검토 결과 치메로살 함유 백신과 소아자폐증과의 연관성은 없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하지만 수은 성분에 대한 우려와 사용반대 논란은 계속됐다. 이에 따라 99년부터 미국에서는 치메로살이 없는 백신 라이선스가 도입됐으며, 여러 백신제조사들은 백신에 첨가된 치메로살을 제거하거나 함유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국내 보건 당국 역시 국제적인 추세를 따라 2004년부터 백신의 치메로살 함유량을 줄이기 위한 방침을 추진했다. 지난해부터는 임산부와 3세 미만 영·유아에게는 치메로살이 든 백신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침도 발표했다. 김우주 교수는 “현재는 치메로살이 함유된 백신은 일부 대용량 제제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반 소아과나 내과 등에서 사용하는 제품은 치메로살이 없는 1회용 주사제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치메로살프리 백신(치메로살 없는 백신)’인지 물어보고 접종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