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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지휘관 형사처벌은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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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군 검찰이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천안함 피격 사건과 관련된 지휘관에 대해 기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사건 관련 지휘관은 합참의장, 해군작전사령관, 2함대사령관, 천안함장이다. 그들은 경계에 실패했다.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책임은 천안함 사건의 특성상 군 자체 징계사유는 될 수 있을지언정 형사처벌을 위한 기소는 무리다.

형사법상 범죄는 원칙적으로 고의범(故意犯)만 처벌한다. 단순 실수, 부주의, 판단 잘못으로 작전이나 경계를 그르친 경우에는 징계사유 또는 지휘책임은 질 수 있으나 결과가 중하다고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범죄가 되기 위해서는 구성 요건 등 범죄 성립 요건을 엄격히 충족해야 한다.

함대사령관과 작전사령관의 경우 감사원에서 지적한 핵심은 북한 잠수함정 2척이 천안함 피격 전에 행방이 묘연한 상태에서 대잠(對潛) 성능이 우수한 구축함이나 호위함을 배치시키지 않고 탐지능력이 부족한 천안함을 배치시켰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함대사령관이나 작전사령관의 잘못으로 보기는 어렵다. 필자가 사령관 시절에도 북한의 잠수함정에 대해서는 수시로 정보를 보고받았다. 그러나 잠수함정의 구체적인 침투 정보가 없으면 대잠 전력을 증강시키지 않는다. 요는 상위 정보당국자들이 어느 정도의 잠수함 위협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전방함정의 전력증강은 이루어진다. 천안함의 경우에도 일상적 수준의 정보였고 현장 지휘관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제공과 경계 강화 지시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천안함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감사원의 지적은 적의 기습공격을 막지 못했고, 최초에 어뢰에 맞았다는 판단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천안함과 같은 유형의 포항함장을 경험한 필자로서 이러한 지적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천안함장은 평소와 같이 백령도 근해 북방한계선(NLL)을 정상 경비했다. 승조원들도 취침 전 휴식을 취하며 빈 격실에서 운동도 했다. 이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반면에 당직자들은 함교에서, 통신실에서, 레이더실에서, 또 기관실에서 적 항공기·수상함·잠수함정에 대해 최대의 경각심을 갖고 경계 근무에 임했다.

천안함 음탐(音探)기는 20년이 지난 구형장비로 2~3㎞의 잠수함 탐지 능력밖에 없다. 어뢰는 탐지도 못한다. 잘못을 따진다면 부실한 장비를 개선하지 못한 국방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 최선을 다해 경비에 임한 함장의 과실로 볼 수 없다. 천안함장은 배가 두 동강난 아수라장에서 침착하게 지휘해 58명의 부하를 살렸다. 함장은 90도 기울어진 함수에서 사령부에 현지상황을 정확히 보고했다. 그 당시 상황으로 함장은 어뢰에 의한 공격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다.

천안함 지휘관에 대한 처벌은 군 자체 징계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들은 직무를 유기한 것도, 작전을 잘못한 것도 아니다. 다른 국가의 예를 보아도 이와 유사한 일로 지휘관을 형사처벌하지 않았다. 해군 장교들에게 함장은 해군 생활의 꽃이다. 지금도 파도와 싸우고 있는 청년 해군 장교들은 미래의 함장을 꿈꾸며 힘든 일을 참고 견디고 있다. 그들에게 함장의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

윤연 전 해군 작전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