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제경쟁포럼’에 온 미국·EU 고위책임자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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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코바식 미국 FTC 상임위원 “정부가 시장 방해 되지 말아야”

“능력 있는 개인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는 게 ‘공정한(fair)’ 겁니다. 정부가 인위적 장애물을 세워 시장 진입을 막지 않아야 해요. 정부가 시장의 방해요소가 되면 안 되지요.”

15일 서울에서 열린 ‘제6회 서울 국제경쟁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윌리엄 코바식(사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상임위원은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생산자·판매자가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고 정직해야 ‘공정한’ 것이라고 했다. 독점의 원천은 바로 정부라는 말도 했다.

글로벌 경쟁정책을 이끌어 가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차이에 대해 카르텔과 기업결합을 보는 시각에선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EU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사적 소송이 발달한 데다 시장진입이 자유롭고 기업 부도와 같이 시장경쟁에서 패배했다고 해도 낙인(stigma) 효과가 크지 않다”고 했다. 경쟁에서 져서 시장에서 밀려나도 얼마든지 다른 기업이 다시 경쟁의 장에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정책을 펴는 미국의 두 기관인 FTC와 법무부 반독점국은 서로 협조하면서도 경쟁하는 관계라고 했다. 법무부는 카르텔 사건을 맡고 있지만 FTC와 함께 합병사건도 다룬다.

경쟁사건을 다룰 때 연루된 기업의 ‘국적’을 감안하느냐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각국의 경쟁정책이 또 다른 ‘비관세장벽’ 역할을 할 소지가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각국 경쟁당국 모두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원인 코바식 위원은 2008년 3월부터 1년간 FTC 위원장을 지내다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하자 상임위원으로 물러났다.

서경호 기자



이탈리아너 EU집행위 경쟁총국장 “경제 어려울수록 반경쟁 폐해 커”

‘포괄적 성장(Inclusive Growth)’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추진하는 정책목표의 최상위 개념이다. 경쟁정책으로 소비자와 사업자 등 경제시스템의 구성원을 보호하고, 그렇게 해서 경제성장의 온기를 사회 각계에 골고루 나누자는 의미다. 요즘 우리의 화두인 ‘상생협력’과도 맥이 닿는다. EU의 경쟁법·정책 집행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알렉산더 이탈리아너(사진) 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장은 14일 본지 인터뷰에서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포괄적 성장의 취지를 설명했다.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EU 경쟁당국이 저탄소 녹색성장이나 디지털 경제 등 신성장 분야에 중소기업이 대거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탈리아너는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사정을 감안해 과징금을 줄여야 한다는 시각엔 동의하지 않았다. 지금의 과징금 수준이 적정하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가 어려울 때는 반경쟁행위로 인한 폐해도 더욱 커질 수 있는 만큼 지금 상황에선 처벌 수준을 낮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쟁당국에서 일하다 로펌으로 이직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탈리아너는 “가능하긴 하지만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상충 가능성이 생기지 않도록 일정 기간이 지나야만 관련 부문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했으며, 그동안에는 공무원 시절의 옛 동료에게 연락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내 전임자도 로펌에서 일하지만 (다른 사람과 똑같이) 그냥 변호사로만 대한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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