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설 특집] 고개 들고 어깨를 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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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라고 설 연휴 중 마냥 늘어질 수만은 없다. 세뱃돈 챙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대로 흘려 보내기엔 아깝다.

'나는 잭이다'(수전 저베이 글, 캐시 윌콕스 그림, 권루시안 옮김, 진선출판사, 8000원)는 열한 살짜리 평범한 소년이 '왕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다.

잭은 주위를 곧잘 웃기기도 하고 엄마도 잘 돕는 착한 소년이다. 그런데 학교의 패거리 두목 조지 하멜의 눈 밖에 나면서 고달픈 인생이 시작된다. 하멜 패거리는 물론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도 잭을 '궁둥이 대가리'라 놀리며 따돌린다. 이들을 피하기 위해 지각도 하고 점심시간에는 도서관에 숨는 등 애를 쓴다. 엄마에게 말도 못한 채 끙끙대던 잭은 가족과 주변의 관심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웃음과 자신을 되찾게 된다.

'잉카소년 아니발'(안느 브라강스 지음, 박경혜 옮김, 김인식 그림, 푸른 길, 8000원)은 가족은 물론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던 소년이 입양한 동생의 영향을 받아 마음을 여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프랑스 소년 스위티는 열두 살. 또래들과는 달리 화초 가꾸기에 관심이 많다. 스위티의 아빠 휴그는 이를 경멸하고 그럴 때마다 스위티는 침묵의 세계로 빠져든다. 여기에 난데없이 동생이 생긴다. 부모가 여행을 간 동안 아니발을 '꽃 가꾸듯' 돌보던 스위티는 결국 아니발과 함께 그의 고향 안데스를 찾아 가출하는 소동을 벌인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치며 스위티와 아니발의 우애는 깊어지고 스위티는 마음을 열고 더불어 사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

꼼꼼한 번역과 더불어 내용에 잘 어울리는 환상적인 그림을 곳곳에 넣어 읽는 맛을 더했다. 부모가 읽어도 좋을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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