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시·도 중 10곳 “대북지원 긍정적” … 지자체 남북협력기금 500억 풀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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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가 13일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 계획을 밝히면서 지자체의 대북 교류와 지원 사업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본지가 전국 16개 시·도를 대상으로 향후 대북 교류 입장을 조사한 결과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보유하고 있는 광역단체 11곳 가운데 부산을 제외한 10곳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기금은 1990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각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어 조성했으며 현재 11개 지자체가 5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대북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인천시다. 이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와 함께 연말까지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내 24개 유치원 어린이 1500여 명에게 빵과 두유·옷·추석 선물상자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 사업에는 시 기금 1억원이 사용된다. 인천시는 지난달 남북평화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말까지 1억7000만원을 들여 북한 평양산원의 영·유아와 산모에게 분유·겨울의류 등을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도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14일 “2005년 기금 설립 후 3년간 옥수수·의약품 40억원어치를 보내는 등 활발했던 대북 지원 사업이 북한 핵실험 이후 크게 줄었다”며 “그러나 신의주 등 수해로 고통받는 지역에 서울 수돗물인 아리수를 포함해 구호물품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도 움직이고 있다. 시의회는 10일 ‘남북교류협력지원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김기옥(민주당·강북) 특위 위원장은 14일 “서울시가 통일 한국의 수도가 되려면 다른 광역단체에 비해 대북 지원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문화·체육·학술 분야 등에서 다양한 협력 사업을 구상해 시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달 31일 북한 영·유아 이유식 지원 사업 추진을 위해 민간단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도는 이에 따라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 등을 통해 황해북도 탁아소 영·유아에게 3억원어치의 이유식과 분유를 지원할 방침이다. 북한 지역 영·유아 5000명이 6개월 이상 건강한 영양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양이다.

중단된 사업을 재개하는 곳도 있다. 경북은 ‘개성에 사과나무 묘목 심어주기 사업’을 다시 시작할 방침이다. 도비 6억원을 들여 90% 가까이 진행한 이 사업은 2008년 금강산 한국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중단됐다. 전북은 식량 지원을 검토하고 있고 전남·충북도 조만간 북한과 교류를 재개할 방침이다.

통일부도 긍정적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수해를 입은 주민들을 돕는 일은 정부도 긍정적인 입장인 만큼 지자체가 구호물품 전달을 위한 사업 승인 요청을 해오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가 북한에 구호물품을 보내려면 통일부의 물건 반출 승인을 얻어야 한다. 또 방북해 북한 주민과 접촉하려면 ‘신고 수리’를 받아야 한다. 남북통일기금 조성과 사용처 결정은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지만 집행 승인은 통일부 승인이 있어야 한다.

박태희 기자, [전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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