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납북 어부 송환은 국가의 의무

중앙일보

입력

30여년 전 납북된 우리 선원 36명이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이 빛바랜 흑백사진은 우리 정부가 얼마나 무심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사진을 받아본 가족들의 통곡과 신음이 우리를 처연케 한다.

강제 납북되기 전만 해도 이들은 성실히 살아가던 한국의 국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북한 당국의 폭거로 이들과 가족들의 운명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특히 가족들은 2중, 3중의 고통을 받아야 했다. 남편과 아들을 잃었다는 심리적 공황에 경제적 곤궁이 뒤따랐다. 또 다른 형태의 '연좌제' 덫에 걸린 것은 이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당시 우리 당국은 납북자들이 공작원으로 남파될 것에 대비, 가족들을 삼엄하게 감시했다. 취직이나 해외여행에서도 불이익을 당했다. 그러나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이들의 고통은 바로 '인권문제'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돼 있다. 인권보호는 바로 '한국'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 중의 하나인 것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도 이 분야에서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정부가 남북자 문제 해결에도 발벗고 나서야 한다. 그것은 국가가 져야 하는 국민에 대한 최소의 의무다.

지난 DJ정부 시절 이후 남북관계가 진전된 것은 사실이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협력의 차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했을 문제가 바로 납북자 송환이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못 본 척 눈을 감고 이벤트에만 정신을 쓰고 있으니 이것이 제대로 된 남북협상인가. 납북자 문제가 더 이상 뒤편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 똑같은 납북자들인데 왜 일본은 데려오고 우리는 못하는가. 부끄럽지도 않은가. 이번 사진 공개를 계기로 정부가 이전과는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우선 명단 파악을 하고 앞으로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등과 연계시켜 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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