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갈라진 영화계, 공허한 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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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하지만 토론회가 열리기도 전부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국독립영화협회(한독협)가 9일 “문화부가 패널로 참가하지 않는 토론은 무의미하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한독협의 임창재 이사장을 비롯해 2차 토론회 패널 6명 중 3명이 독립영화 관계자다. 문화부는 뒤늦게 관계자를 패널에 넣었지만, 토론회가 제대로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게다가 패널로 알려졌던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참가 요청을 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다. 토론회 준비가 엉성했다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토론회의 목적은 영화계와의 소통이다. 지금 영화계에선 관(官)에 대한 민(民)의 불신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올 초부터 영진위는 바람 잘 날 없었다.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마스터영화 제작지원 공모에서 이창동 감독의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시’를 0점 처리한 일, 독립영화 제작지원작 선정을 둘러싼 조희문 위원장의 압력행사 등 ‘사건’이 이어졌다. 영화인들은 또 문화부가 2011년 영화발전기금을 대폭 삭감한 일에 대해서도 “현장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소통을 위해선 신뢰 회복이 먼저다. 1차 토론회 때 이춘연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회장은 “(영화인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문화부와 영진위가 심사숙고 할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게 현재 영화인들의 전반적 정서다. 영화계에서 “영진위는 영화 ‘진흥’이 아니라 영화 ‘진압’ 위원회”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계의 요구를 문화부와 영진위가 모두 들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소통 불능’에 이르게 된 데는 일이 생길 때 제대로 해결하거나, 최소한 대화로 풀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걸 인정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영진위는 그간 잡음이 불거질 때마다 언론의 지적에 대해서도 성의 있는 대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소통에 대한 의지 없는 토론은 발전을 가져오기는커녕 시간낭비일 뿐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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