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부시 연두교서 … 워싱턴 외교가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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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외교가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2일 밤 9시(현지시간) 발표되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연두교서 때문이다. 집권 2기를 맞은 부시 대통령이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뉴욕 타임스는 연두 교서 발표를 하루 앞둔 2일 "북한이 핵물질을 리비아에 판매했다"고 보도해 한국대사관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대사관도 여러 채널을 통해 미 국무부와 백악관 측에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이런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유럽 국가들은 이라크 전쟁 때문에 불편해진 미.유럽 동맹 관계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좀 더 구체적인 화해 제스처를 보여주길 희망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집트 등 친미성향의 중동국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비민주적인 국가'에 자신들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해주길 바란다. 국정연설에서 제기될 예상 쟁점을 정리해본다.

?미.유럽 관계=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국정연설 다음날인 3일 유럽을 방문하고, 부시 대통령도 유럽 순방 계획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호의적인 발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라크나 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이기도 하다. 부시 1기 때는 서유럽은 '늙은 유럽'이라면서 동구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는데 2기 국정연설에서 이를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 관심거리다.

◆ 국내정책=부시 대통령은 이번 국정연설에서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언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대표와 해리 라이드 상원대표는 지난달 31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부시 대통령이 사회보장제 개혁을 언급하면 절대로 협조할 수 없다"고 미리 못을 박았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밝힌 '소유권 사회'(Ownership society)의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한 정책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 북한 문제=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부시 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든 북한의 인권과 북핵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수준으로 언급하느냐가 관건이다. 인권이 열악한 여러 나라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하나에 포함시키는 정도라면 평양도 별문제를 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만일 북한만을 따로 떼어내 지목하거나, 특히 김정일 위원장을 거명하면서 비난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과거 부시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피그미' '폭군'이라는 표현도 사용한 적이 있다. 북한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6자회담을 재개하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강력한 신호로 읽힐 수 있다. 그 경우 네오콘(신보수주의)들에게서 적잖은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다.

뉴욕 타임스가 2일 북한-리비아 핵 커넥션을 폭로한 배후에는 네오콘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해 5월에도 유사한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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