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펀드 '묻지마 투자'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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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자영업자 김모(45)씨는 최근 부동산 경매펀드 1억원어치를 샀다. 하지만 이 펀드가 구체적으로 어떤 경매부동산에 투자하는지 모른다. 그저 연 10% 안팎의 수익을 주겠다는 말만 믿고 투자했다. 지난달 출시된 1500억원 규모의 이 경매펀드는 10분 만에 모두 팔렸다. 1억원 이상 투자한 사람만 37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공모 결과를 보는 자산운용.부동산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부동산간접투자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실제 약속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나경제연구소 양철원 연구위원은 "간접투자가 대세이긴 하나 신상품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것 같다"며 "펀드 운용 인력과 투자 대상 상품을 꼼꼼히 보고 부동산펀드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떻게 투자하나=부동산펀드는 기관투자가.개인에게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이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부동산펀드는 운용기간이 보통 2~4년이고 중간에 투자 원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뒤 그동안 40여개 1조4000억원어치가 팔렸다. 연 7% 이상의 수익을 내세워 인기몰이를 했다. 다만 초창기여서 개발사업이나 실물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대출(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의 펀드가 대부분이다. 현대증권.와이즈에셋자산운용이 판 부동산 경매펀드는 이보다 높은 연 9~11%의 배당수익을 내걸었다. 법원 경매와 공매에 나온 오피스빌딩 등을 사서 이익을 내는 '실물 펀드'다.

현대증권 상품개발팀 이완규 팀장은 "공모에 참여한 2800여명 가운데 개인이 80%는 넘는다"며 "2, 3호 경매펀드 등 1조원어치를 더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누워서 떡 먹기'아니다=전문가들은 부동산펀드를 만만하게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한다. 펀드가 수익을 어떻게 내는지 모르고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신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에 편승해 급조한 펀드는 환매 시점에 허점이 드러날 수 있다고 꼬집는다.

경매펀드의 가장 큰 변수는 물건 확보다. 수십명의 경쟁자를 제쳐야 하는 경매의 속성상 포트폴리오(운용자산 배분)를 짜는 게 만만치 않다. 경매펀드의 경우 10억원 미만의 작은 건물을 많이 낙찰하면 관리가 어려워 낙찰가 100억~200억원대인 오피스빌딩을 낙찰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

하지만 이 가격대의 우량 오피스 빌딩은 흔치 않다. 대형 건물은 세입자가 많아 명도(소유권을 넘겨받는 절차) 기간이 긴 것도 변수다. 낙찰한 부동산의 관리.매각도 쉽지 않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펀드의 특성상 위험이 큰 땅이나 금액이 적은 아파트에는 투자하기 어렵다"며 "경쟁입찰 때문에 펀드가 우량 물건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와이즈에셋자산운용 박성현 팀장은 "투자 가능한 100억~1700억원 대의 오피스빌딩.대형 상가 목록을 이미 확보해뒀다"고 말했다.

일반 부동산펀드도 상품이 늘다 보니 투자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 변화에 따라 수익이 오르내리는 실물펀드는 위험이 더 크다. 지난해 말 선보인 A펀드는 서울 강남 빌딩을 사서 임대수익을 내는 것으로 돼 있으나 주변 시세보다 평당 100만원 이상 높게 구입했다.

신영에셋 김상태 상무는 "펀드를 구성하기 위해 시세보다 비싸게 부동산을 사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임대료가 올라가 공실이 늘어나면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분양 가능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출하는 펀드도 있다. 대출 형태의 펀드는 원금 지급보증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지만 건설사가 부도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민은행 투자금융팀 위황 팀장은 "미분양이 많은 지방과 경기도 안성.화성 등의 아파트 사업에 대출한 펀드의 경우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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