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 코스닥… 증시 활력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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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통합 증권선물거래소가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의 우량 기업 50개 종목을 묶은 통합 주가지수를 올 상반기 중 출범시키기 위한 작업에 분주하다.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통합 주가지수가 그동안 한국 증시를 대표해 온 종합주가지수를 밀어내고, 시장의 중심 지표로 떠오르기를 바라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증시의 주가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함은 물론 주가 상승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종합주가지수는 투자자들이 거의 매매하지 않는 쭉정이 기업들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어, 시장을 주도하는 우량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오르는데 지수는 답답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통합지수의 효과=통합 주가지수와 비슷한 개념의 지수들을 이미 몇몇 증권사들이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대우증권이 거래소와 코스닥의 20개 우량기업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대표기업지수(KLCI)는 2일 현재 1419.53을 기록하고 있다. 2000년 1월보다 52% 올랐다. 반면 종합주가지수는 같은 기간 거꾸로 4.1% 내렸다. 증시가 지수 1000의 덫에 여전히 갖혀있는 것으로 돼 있지만, 우량주 중심으로 지수가 산출된다면 오래전에 1000을 넘어 2000을 향해 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처럼 우량주 지수를 사용하게 되면 지수의 상승폭이 크게 나타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가가 저평가된 것은 종합주가지수를 대표 지수로 쓰고 있는 탓도 크다"며 "우량주 중심의 통합 주가지수를 사용하면 변동성은 줄어들고 지수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뻗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주가지수는 투자자와 자산운용사에도 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미래에셋의 인디펜던스펀드는 최근 4년간 210%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종합주가지수는 같은 기간 52% 오르는데 그쳤다. 해당 운용사가 돈을 잘 굴리기도 했지만 대부분 펀드들이 우량주 중심으로 운용되는데 비해 종합주가지수는 비우량주까지 끌어안고 헛바퀴를 돌고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운영사도 종합주가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펀드를 운용하려면 원칙적으로 수백개 기업 주식으로 포토폴리오를 구성해야 하지만 50개 종목의 우량지수를 기준으로 하면 적은 자금으로 기동력있게 펀드를 굴리는 게 가능하다. 김병수 대우증권 자산관리팀장은 "우량지수가 생기면 이를 응용한 다양한 펀드가 생겨 투자자들의 상품 선택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제는=통합 주가지수가 제 역할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증권선물거래소와 증권사, 언론 등이 이를 시장의 대표 지수로 사용해야 한다. 미국의 다우존스지수, 독일의 DAX30, 프랑스의 CAC40 등 선진국들은 이미 30~40개 종목으로 산출한 지수를 대표지수로 쓰고 있다.

코스피50 등 기존 지수와 차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코스닥 알짜 기업을 선별해 두 시장의 흐름을 한번에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단순 시가 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시가총액 50위 기업 중 코스닥 기업은 단 한곳만 포함되게 되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할 수 있는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또 삼성전자 같은 한두 종목이 지수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반영 비중에 상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희진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 투자자들이 인정하는 지수가 되려면 새 지수를 통해 미래 증시 향방을 가늠할 정도가 돼야 한다"며 "과거 데이터를 기초로 다양한 가상 실험(시뮬레이션)을 해 지수 산정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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