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점거… 강·온파 주먹다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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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일 서울 영등포구민회관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임시대의원대회는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난장판이었다.

이날 회의는 재적대의원 785명 가운데 451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2시50분부터 노사정 대화 참여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회의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찬반토론에 들어가자 사회적 대화 복귀에 반대한 참관인들이 회의장 뒤편에서 집행부에 대한 욕설과 야유를 퍼부으며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

회의를 방해한 주도세력은 강경파 노조원들과 '사회적 합의 분쇄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전노투)라는 단체였다.

특히 전노투 회원 30여명은 집행부가 찬반 토론을 마무리하고 표결을 강행하려 하자 단상을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며 회의 진행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기 시작했다. 집행부는 회의장 정리를 위해 정회를 선포했으나 반대세력의 단상 점거는 계속됐다. 집행부는 오후 8시40분쯤 노사정위 복귀안에 대한 표결을 시도했다.

그러나 표결처리에 불만을 품은 전노투 회원들은 의장석에 앉아 있는 이수호 위원장을 밀어붙이는 등 폭력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위원장 지지세력과 반대세력 대의원들 간에 주먹다짐까지 벌어졌다.

학생으로 보이는 한 전노투 회원은 이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고 한 회원은 뒤에서 팔을 비틀기도 했다.

심지어 대의원 비표를 가슴에 단 공공연맹의 한 대의원은 생수통에 담은 시너를 단상에 뿌렸다.

단상 뒤편의 점거자들이 소화기와 소방호수를 잡고 대의원들에게 분무액과 물을 뿌려 회의장은 순식간에 매캐한 냄새와 소화기 분무액 연기가 가득 찼다.

집행부는 9시45분쯤 다시 표결을 시도했으나 이때까지 자리를 지킨 대의원들은 이미 의결정족수(393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한 대의원은 회의가 무산되자 "이게 민주주의야. 자기 주장대로 안 되면 깽판치는 게 민주주의야"라며 분노를 표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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