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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강화학'용어 만든 국학계 거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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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위당 정인보 선생의 애제자였던 서여(西餘) 민영규 전 연세대 명예교수가 1일 오전 11시 노환으로 타계했다. 91세.

고인은 한국사.불교사.양명학.서지학 분야에 두루 밝은 국학계의 거목이었다. 요즘 학계에서 널리 쓰이는 '강화학(파)'이라는 용어를 만든 이가 그다. 연희전문을 다닐 때 위당을 만나 양명학의 적통을 이어받은 고인이 조선 양명학의 본거지가 강화도였다는 데서 착안해 명명한 것이다.

한국 양명학의 명맥을 밝힌 '강화학 최후의 광경', 불교 선종사(禪宗史)를 비판한 '사천강단', 예수의 생애를 재해석한 '예루살렘 입성기' 등 그는 모두 세권의 저서를 남겼다. 각각 유교.불교.기독교의 뿌리를 비판하고 있는 책이다. 이념보다 실질을 존중하는 양명학의 정신을 학문 전반으로 확장시키려는 시도였다. 그의 제자인 조흥윤(한양대 인류학) 교수는 "학자이자 구도자로서의 일생을 살면서 강화학.불교사 등의 실체를 바로 잡고 역사와 종교의 바른 정신을 되살리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고인은 일연선사의 인각사 비문을 고증하는 과정에서 일본에 전해지는 '중편조동오위'가 일연의 저서임을 밝혀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며, 발인은 3일 오전 9시다. 02-392-0299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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