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푸드채널 요리경연 우승 주연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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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달 28일 방영된 케이블TV 푸드채널의 '챌린지 투 쉐프(도전 요리사)'의 최종회. 13주간의 숨막히는 요리 경연 끝에 이날 1등 수상자로 뽑힌 주연우(27)씨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1500여명의 지원자 중 본선에 진출한 9명 전원에게 취업의 기회를, 1등에겐 해외 음식기행의 특전을 주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 그간 흘렸던 무수한 땀방울이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출제자(한영실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장)가 매주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자기 만의 음식을 만들어오라고 하셨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새롭고 맛있는 메뉴를 개발한다는 게 진짜 피말리는 작업이더군요."

주씨는 그릇 모양으로 빚은 만두 속에 비빔밥을 넣어 찐 뒤 고명으로 시금치.고사리.달걀 지단 등을 얹은 '비빔밥 만두', 흑미밥으로 만든 누룽지를 다시 죽으로 끓인 '검은쌀 누룽지죽' 등을 내놓아 좋은 성적을 올렸다. "아이디어를 찾느라 날마다 도서관.대형 서점.인터넷을 이잡듯 뒤졌죠. 시험 삼아 만든 음식 맛을 보느라 부모님도 고생 깨나 하셨고요."

어릴 때부터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 라면이나 토스트 만들어주길 즐겼다는 주씨는 신흥전문대 호텔조리학과에 들어가 한식.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졸업 후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제대한 뒤엔 삼성 유통사업부 조리사로 일해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먹이는 일엔 도가 트였다. 하지만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욕심에 직장을 1년 만에 그만 둔 뒤 배낭여행에 나섰다.

"유럽.호주.동남아 등 10여개국을 다니며 한국 음식점을 여러 군데 가봤는데 하나같이 한국인만을 상대로 장사하고 있더군요. 너무 안타까웠어요." 오기가 난 그는 퓨전 한식을 개발해 세계 속에 한국 음식을 널리 알리겠다는 꿈을 세웠다. 마침 지난해 11월 귀국하자마자 이 프로의 소식을 접했고, 좋은 기회다 싶어 도전장을 내밀었다.

"더 공부해 한식이 해외에서 일식.중식 못지 않은 대접을 받도록 하고 싶습니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우리 음식을 조금만 바꾸면 외국인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주씨는 졸업시험 때 선보인 퓨전요리 '두부 스테이크'(으깬 두부에 잘게 다진 대추.잣.호두.미역을 섞어 두툼하게 빚은 뒤 오븐에 노릇하게 구워낸 것)로 꿈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글=신예리 기자shiny@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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