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준대형 시장 ‘태풍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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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르노삼성 SM7, 현대 그랜저, 기아 K7, GM대우 알페온(위쪽부터)

GM대우의 알페온이 7일 시판에 들어가면서 국산 준대형 시장에 4파전이 시작됐다. 지금까지는 현대 그랜저, 기아 K7, 르노삼성 SM7이 시장을 주도했다.

올해 1∼8월 준대형차 판매는 기아 K7이 3만1432대로 선두다. 10년 넘게 1위를 내주지 않았던 현대 그랜저는 노후한 모델로 인해 2만3926대로 전년 대비 60% 이상 판매가 감소했다. 올해 11월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르노삼성 SM7도 전년 대비 40% 이상 감소한 9312대에 그쳤다. 내년 하반기 모델을 바꿀 예정이다.

◆첨단기술 알페온=GM대우는 내심 알페온의 경쟁차로 현대 제네시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 알페온의 기본 모델인 뷰익 라크로스가 미국에서 제네시스와 경쟁하기 때문이다.

이 차의 차체는 오펠에서 개발했다. 지난해 유럽 올해의 차에 뽑힌 인시그니아 차체가 알페온에 적용됐다. 차체의 단단함과 넓은 실내공간이 강점이다. 여기에 첨단 직분사 엔진을 얹었다. LED 실내등과 8인치 내비게이션 등 장비로만 따지면 경쟁 차보다 확실한 우위를 보인다. 국산 부품을 60%까지 사용하고 GM대우 인천 부평공장에서 제작해 국산차로 분류되지만 사양과 차체만 보면 수입차에 가깝다. 차체의 70%는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으로 만들어 북미 충돌 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았다.

자동차 평론가인 김기범씨는 “알페온은 국내에서 생산돼 국산차에 포함될 뿐 현재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차량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과 차체를 사용했다”며 “지금까지 국산차의 단점이었던 승차감과 무딘 핸들링을 제대로 개선한 차”라고 평가했다.

LED 실내등과 8인치 내비게이션을 장착해 럭셔리함을 강조한 GM대우 알페온의 내부 모습.

차체 길이는 대형차의 기준으로 꼽는 5m에서 딱 5㎜ 빠진다. 길이뿐 아니라 너비 또한 동급에서 가장 크다. 차체는 미끈하게 빠졌다. 여기에 도어와 윈도가 맞닿는 벨트라인을 한껏 끌어올려 중후한 맛을 준다. GM대우는 알페온의 차별 요소로 정숙성과 꼼꼼한 마무리를 꼽는다. 그동안 GM대우의 발목을 잡았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했다는 얘기다. 두툼한 방음재를 덧대 실내로 들어오는 잡소리를 대부분 차단했다. 렉서스 ES350보다 조용하다는 GM대우의 주장이 과언이 아닐 정도다. 도어와 창문 가장자리를 꼼꼼하게 마무리했다. 그동안 내장에서 ‘싸구려’라는 기존 이미지를 한꺼번에 해소할 정도로 높은 품질 수준을 보여준다.

V6 3.0L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가변밸브로 효율을 높인 최신형이다. 최고출력 263마력으로 동급에서 가장 높다. 변속기는 자동 6단을 달았다. 다음 달에는 185마력을 내는 2.4L 엔진이 추가된다.

알페온의 승차감은 유럽 수입차와 비슷하다. 서스펜션은 제대로 숙성됐다. 평소엔 부드러운 승차감을 유지하되 코너에서는 끈끈한 접지력을 보여준다. 가격은 2.4 모델이 3040만~3300만원, 3.0 모델은 3662만∼4087만원이다.

◆경쟁 차도 신차로 승부=그랜저는 6년간 사용한 차체를 버리고 11월 새 옷을 입는다. YF쏘나타의 차체를 사용해 더 크고 다이내믹한 디자인으로 새 단장 한다. 알페온처럼 5m에 가깝게 만든다. 엔진은 모두 직분사로 바뀐다. 2.4L로 시작해 3.5L까지 다양하게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출력도 기존 모델보다 20% 이상 개선될 전망이다. 외관은 신형 에쿠스 것을 상당부분 채용해 ‘리틀 에쿠스’라는 소문도 나온다. 현대는 신형 그랜저가 출시되면 월 판매 5000대는 문제없을 것으로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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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7은 엔진 출력이 경쟁 차에 비해 20% 이상 떨어지지만 넉넉한 실내 공간과 고급 가죽시트, 음이온 공기정화장치 등을 앞세우고 있다. 이 차 역시 내년 하반기에 모델 변경이 예정돼 있다. 신형 SM5의 차체를 길게 늘려 뒷좌석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하고 3.5L 엔진의 출력을 270마력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게 르노삼성의 계획이다.

지난해 말 출시된 K7은 중후한 디자인과 럭셔리한 실내등을 앞세운 게 경쟁 요소다. 그랜저보다 긴 차체에다 준대형은 뒷좌석 전용보다는 오너 드라이버가 많다는 데 착안해 운전석을 고급스럽게 다듬었다. 천장을 가로지르는 무드 램프와 센터펜시아부터 도어까지 길게 연결되는 LED램프가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김태진 기자

◆준대형차=국내 자동차 분류 기준에는 배기량 2000㏄ 이상이면 모두 대형차로 취급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형차 가운데 준대형이라는 부문을 따로 떼어내 판촉에 이용하고 있다. 통상 준대형은 배기량 2300∼3000㏄급에 길이가 5m 이내인 차로 구분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서준호 과장은 “준대형은 업계에서 만들어낸 말로 차체는 중형차 것을 사용하지만 고급 옵션을 대형차 수준으로 끌어올린 차로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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