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하나회 명단' 폭로 백승도 준장 군 떠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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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육군 장성 진급 비리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진급 인사에 이의를 제기하며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준장 2명이 31일 전역했다. 육사 31기 동기생인 백승도(사진).최광준 준장은 이날 윤광웅 국방부 장관에게 전역신고를 했다.

백 준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년 서울 동빙고동 군인아파트 일대에 하나회 문건을 살포해 군 '사조직'척결의 시발점을 만들었던 인물. 당시 대령이었던 그의 문건 살포로 하나회의 실체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134명의 하나회 명단과 함께 조직적 인사관리 내용 등이 들어 있던 문건의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동안 하나회 회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받아오던 일반 군인들의 감정을 자극해 군내에서 자연스럽게 '숙군(肅軍)'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결국 대대적인 군 수뇌부 물갈이 인사가 이뤄지는 등 김영삼 정부 군 개혁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장성 진급 인사가 발표된 직후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마련한 회식 자리에서 남 총장에게 인사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 당시 육군 OO사단 사단장으로 재직하던 그는 소장 진급에서 탈락됐다. 그후 백 준장은 전투지원훈련단장으로 가라는 보직인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전역을 신청했다.

최 준장도 소장 진급이 누락된 뒤 합동참모대학장으로 발령이 나자 남 총장을 찾아가 항의를 하고 전역 지원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 준장은 이날 "지난 34년간의 군 생활 동안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쉬움을 표현했다. "진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검증되는 군 인사 시스템이 되기를 바란다"고 지난 군 인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곳은 경비시스템 업체인 J사다. 이 회사에서 부사장으로 출발하는 그는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군 후배들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마련해주는 것을 회사와 상의 중"이라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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